감상글(책)

<소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톰소여와허크 2016. 11. 6. 20:02


성석제,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창비, 2002.


  - 농민 부채 탕감 대회에 이장의 부탁으로 위험한 국도로 경운기를 몰고 갔다가 사고사한 황만근에 대한 전기다.

   황만근은 팔푼이도 태어나 좀 모자라는 사람이다. 어렵게 결혼했으나 여자는 떠나고 생활 능력이 없는 어머니와 여자가 남긴 아들을 부양했다. 동네 사람들은 황만근을 무시했으나 귀농한 민 씨가 보기엔 식견이 멀쩡한 사람이다. 농민에게 빚을 내주는 일에는 완강히 반대한다. “빚은 제 주머니에서 아들 용돈 주듯이 내주는 사람, 기관은 다 농사꾼을 나쁘게 만든다. 정책자금, 선심자금, 농어촌구조 개선자금, 주택 개량자금, 무슨무슨 자금 해서 빌려줄 때는 인심좋게 빌려주는 척하더니 이제 와서 그 자금이 상황능력도 없는 사람들을 파산지경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요지의 말도 할 줄 안다.

   황만근이 죽고 나서야, 동네 변소 푸는 일, 그걸 삭혀서 거름을 만들었다가 이웃에 나누는 일을 묵묵히 실천한 사람이 황만근인 걸 동네사람은 그제야 인지한다. 정직하고 선량한 사람이 좀 더 대우받는 세상이면 좋을 것인데 한 발 늦게 깨닫는 세상 풍속도를 그려낸 것이다.

   이밖에도 행세하는 건달 조직의 허풍과 처신, 도박이나 책에 빠진 사람의 기이한 행동 등을 저자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놓는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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