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혁림 미술관
- 봄날의 책방
전영근, 『그림으로 나눈 대화』, 남해의봄날, 2016.
- 통영 출신 화가 전혁림. 이 글은 아버지이자 그림 스승인 전혁림 화가에게 아들이 부친 그림 편지다. 화가 가족이 통영 중앙시장 넘어가는 토성고개 언저리에 살 때 이야기다. 같이 그림 그려보자고 아버지가 어린 아들에게 붓을 맡긴다. 신난 아들은 아버지의 공들인 그림까지 덧칠해서 아버지를 놀라게 하고 마루와 회벽까지 손바닥으로 칠을 해버렸단다.
아들은 훗날 이 순간이 아버지와 자신에게 어떤 동기가 주어진 것임을 생각한다. “아버지의 단칸방 작업실이 방을 넘어와 마루까지 그 영역을 확장했고, 나는 무엇인가를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을 때의 감흥과 물감의 매끄러운 촉감이 그림쟁이의 운명처럼 다가온 날이었다”고.
동향의 김춘수 시인과 전혁림 화가와의 인연도 눈길을 끈다. 자신의 집을 찾아온 김춘수 시인을 위해 아버지는 “자주빛의 흑모란을 추상적으로 그린 접시”를 아낌없이 내준다. 그 흑모란 접시는 김춘수 유품전시관에 소장되어 있단다. 전혁림 화가의 전시회 때에는 김춘수 시인이 시 한 편으로 발문을 갈음한다.
전혁림 화백에게 / 김춘수
전 화백
당신 얼굴에는
웃니만 하나 남고
당신 부인께서는
위벽이 하루하루 헐리고 있었지만
Cobalt blue,
이승의 더없이 살찐
여름 하늘이
당신네 지붕 위에 있었네.
아들은 아흔을 넘긴 아버지 생전에 미술관을 지어 아버지와 아들, 통영 시민과 전국의 그림 애호가들에게 큰 선물은 남겼다. 자신이 미술관 관장으로 미술 작업도 병행하면서 아버지의 그림이 널리 사랑받을 수 있는 길을 마련한 것이다. 이 책도 미술관 이웃인 독립 서점, 봄날의 책방(출판사-남해의봄날)에서 판매한 것으로 통영 바다 색이자 전혁림 화가가 좋아했던 파란색으로 장정되어 아름다움을 더한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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