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영 화가 작
조은, 『벼랑에서 살다』, 마음산책, 2001.
- 시인이 서울 사직동 언덕배기 등 달동네 셋방을 전전하던 그 즈음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제목의 벼랑은 언덕이 있는 곳이니 벼랑의 삶이요, 그 삶이 평탄치 않기에 또한 벼랑이기도 하겠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여자에게 함부로 대하는 인식도 벼랑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시인은 자신에게 사기치고 오히려 역정까지 내며 잡아뗀 사람을 경험하며 이렇게 말한다. “이따금 약한 사람들에게 쓸데없이 권위를 세우려는 사람을 보면 마음속에 키워왔던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가 잔뿌리까지 뽑혀 나오는 것이 느껴진다. 약한 사람에게 여유를 보일 수 없는 인색한 사람들이야말로 진정 나약한 인격의 소유자지만, 그들은 연민도 아까운 유형의 사람들이다”라고.
이 글을 집필한 열네 평 한옥의 불편함도 시인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여유를 보인다. “우리 집 문턱은 흔히 오르내리는 계단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몸의 근육을 많이 쓰게 했다. 그때 나는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가장 현실적인 바람을 가졌고, 집이 거주하는 사람의 몸을 얼마간 단련시킨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든지, “방문을 열고 나가 마당을 통해 부엌으로 들어가는 동선이 절대적으로 운동량이 부족한 나에게 해 될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책의 발문은 그 집에서 제일 많이 자고 갔던 신경숙 소설가가 썼다. 그때로부터 십오 여년의 세월이 지났다. 그때의 집은 여전한지, 둘이 함께 좋아하던 은사시나무는 지금도 푸른 잎을 보여주는지, 주인에게 대들던 개 또또는 어찌되었는지 궁금해진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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