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시)

엉겅퀴꽃 / 방화선

톰소여와허크 2018. 9. 11. 19:31




엉겅퀴꽃 / 방화선

 

 

폐암에 좋다는 엉겅퀴 뿌리를 캐느라

서툰 호미질이 손바닥에 물집을 잡는다

 

묵은 밭둑에 무더기로 핀 엉겅퀴 꽃그늘

검정고무신 낡은 발자국

신음소리 깊이 감춘 기침을 지우느라

기억의 속살까지 서서히 말라가는

어머니의 세월 묵은 밭고랑마다 울컥거려

대궁 꺾인 가슴에 가시가 돋는다

절망을 모르는 자홍색 꽃이 핀다

 

숭고한 야생을 처참하게 뭉개버린

목숨에게 사과하자

말끔히 씻긴 뿌리들 토막 눈물을 흘린다

 

막서의 굉음에

끈질기던 기침이 느슨해진다

 

연못이 졸고 있는 사이,,2018.

 

* 엉겅퀴는 한방에서 대계(大薊) 혹은 귀계(鬼薊)로 부른다. 엉겅퀴를 뜻하는 계()는 풀()을 생선 다듬듯 하다는 의미로 새길 만하니 일찍 약효를 인정받았나 보다. 중국어 단어집인 역어유해(1690)에서는 엉것귀로 나온다. 엉것귀의 귀는 귀계의 귀에 끌린 것으로 보고, 엉겅퀴를 피가 엉기는 귀신 같은 풀로 헤아리는 모양이다. 대개 가시 있는 게 약효도 좋다는 얘길 듣는데 엉겅퀴는 지혈 효과 외에도 결석을 없애고 간과 폐와 관절에도 두루 좋단다. 시인은 기침약으로 엉겅퀴를 찾는다.

엉겅퀴가 있는 묵은 밭고랑에서 시인은 어머니의 세월을 떠올리며 울컥하는 마음이다. 기침이 깊은 데다 기억까지 말라가는 어머니의 증후가 걱정스러워서다. 손바닥에 물집 잡혀가면서까지 엉겅퀴를 구하는 동안에도 시인은 선연한 자홍색 꽃[생김새도 비슷한 산비장이, 지칭개, 조뱅이 중에서 유난히 붉은 빛이 강한 쪽을 엉겅퀴로 보면 될 듯하다]을 보며 희망을 말하고 싶어 한다.

시인에게 어머니는 어린 두 아들 잃고, 시앗까지 본 속을/ 삭이고 삭이던 어머니/ 올올이 박혔던/ 묵은 기억까지 죄다 잃어버린”(수세미) 분이다. 어머니 몸에 깊이 박힌 가시를 위로하며 같이 울어주고 싶은 마음이 엉겅퀴에 고스란히 담겼다. 부모 자식이 서로 위하는 마음을 내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해도 시인은 여기에 더해 엉겅퀴에 미안함을 표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시를 읽으며 내게 생명을 준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이 미친다. 주위에 무심히 꺾인 생명에 대해서도 미안해지는 마음이다. (이동훈)

 

* 사진은 인터넷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