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t Stop Loving You* / 정이랑
잠들지 못해 오늘 밤에도 음악을 듣는다 레이 찰스의 히트곡 ‘그대 향한 사랑을 멈출 수 없어요’ 새벽이 지나갈 때까지 살아내는 일도 멈출 수 없듯 사랑도 멈출 수 없는가 보다 이 밤 귀뚜라미가 함께 듣고 있는지 뚜우뚜우 신호음 보내온다 귀뚜라미도 멈출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는 모양이다
지나온 것은 되돌릴 수 없어 아무리 그리워해도 시간은 앞으로만 가는걸 나를 지탱해 주는 건 지금 이 순간 음악을 듣고 있다는 것 레이 찰스는 없지만 레이 찰스의 ‘그대 향한 사랑을 멈출 수 없어요’ 노래는 죽지 않았어 우리에게도 분명 이런 날은 올 거야 내가 없는 날, 내가 남긴 시를 누군가 읽고 흥얼거려 줄 거야, 그럴 거야
나는 오늘 밤에도 음악을 들으며 머물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고 있고, 그대는 고요히 잠들어 있을 거야 사랑도 멈출 수 없지만 나의 나도 멈출 수 없는 걸
* I Can't Stop Loving You : 미국의 가수, 작사가이자 피아니스트인 레이 찰스의 히트곡.
- 『청어』, 천년의시작, 2018.
* 레이 찰스는 여섯 살 때 동생을 잃고 일곱 살 때 시력을 잃는다. 1955년 마틴 루서 킹이 버스의 흑백 좌석 분리와 흑인들에게 입석을 강제하는 인종 차별에 반대했듯이 1960년의 레이 찰스 역시, 공연장에서 흑백 좌석 분리를 문제 삼고 공연을 미루다가 조지아주로부터 영구 공연 불가라는 판정을 받았고 20년 후에야 조지아주의 사과를 얻어낸 바 있다.
정이랑 시인은 레이 찰스를 즐겨 들었나 보다. 나처럼 귀가 얇은 사람은 누가 괜찮다든지 그게 정말 좋았다든지 하는 얘길 들으면 덩달아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는 법이어서 ‘I Can't Stop Loving You’(1960년)를 몇 번 돌려 들으며 흥얼거린다. 레이 찰스는 사랑을 멈출 수 없다고 노래하고 있지만 현재의 사랑은 아니다. 과거의 좋았던 한때로 가서 그 시간을 계속 살고 싶다는 내용으로 들린다. 어느 시기엔 노래가사가 마음을 적시기도 했을 거 같지만 현재의 시인은 그런 상황엔 오히려 덤덤한 편이다. 시인이 주목하고 있는 건 레이 찰스는 갔어도 그의 음악이 여전히 마음에 노크하듯이 정작, 자신이 지은 시도 그러할 건가에 대한 생각이다. 누군가의 가슴에 닿아 기쁨이 되고, 위로가 되고, 영감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가에 대한 바람이다. 시인은 당장의 어떤 결실을 장담하기보다는 “나의 나도 멈출 수 없는 걸” 알기에 그저 자신의 길을 걸어 갈 요량인 게다.
그러고 보니, 시인의 생각은 레이 찰스의 또 다른 히트곡, ‘Unchain my heart’(1961년)에서 “Unchain my heart / Let me go my way(내 심장을 풀어줘 / 내 길을 내가 가게)”라고 노래했던 부분과도 통하는 듯하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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