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눈물이 마르는 시간』, 마음서재, 2019.
작가는 도서 증정 이벤트에 댓글을 달면서 공짜로 얻는 책이 삶에 활력이 되었다고 한다. 이벤트에 참여하는 일을 두고, “꿈을 이루기 위해 글을 쓰는 대신 공짜로 책을 얻기 위해 글을 쓰며 꿈을 꾸는 자의 품위를 잃어버렸다”면서도 자신이 여기에 머물러서 안 될 것을 마음속 종소리로 듣는다.
작가는 후미진 골목에서 조촐한 헌책방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헌책방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곳에서는 가난한 사람도, 못생긴 사람도, 늙은 사람도 모두가 동등하게 꿈을 꿀 수 있다. 누구의 현실도 누구의 꿈도 빈정대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그곳에서는 모두가 꿈을 꾸기 때문이다”라는 문구에서 헌책방의 매력은 더할 수 없이 빛나지만, 작가는 헌책방에서 구입했던 책은 물론 이벤트에서 얻은 새 책까지 팔아넘겨야 했다. 책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이 그럴듯한 핑계일 순 있어도 실제는 현실의 가난이 그렇게 부추긴 것이다. 작가는 빚과 가난과 개를 자신이 책임져야 할 세 가지로 꼽는다. 그리고 소설을 써서 이 세 가지를 해결하려는 마음을 낸다. 이번 산문집도 그런 방편이 되면 좋을 것이다.
산문집 한 쪽엔 바닷가 마을과 외진 산골에 혼자 살아가는 결정적 이유가 되었을 나쁜 인연과 그로 인한 상처에 대한 언급이 있어 독자 역시, 호흡을 돌리며 우호적이지 않은 세상사의 일면을 안타까워하게 된다. 어느 장면에선가 작가는 어머니의 희생을 떠올리며, 자신도 존재 자체가 진국인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자전적 요소가 강한 이런 글쓰기도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며 남의 상처까지 보듬는 면이 크기에 글 자체가 진한 엑기스란 생각도 든다.
작가는 섣불리 행복을 말하지 않고 불행도 말하지 않는다. “나는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기 때문에 양쪽 모두에 문이 열려 있고 언젠가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에 작가의 고민과 철학과 지혜가 다 녹아 있는 듯해서 작가가 좋아하는 단어, “아, 그랬구나(그렇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시간이 지날 만큼 지난 어느 시기에, 시골이든 도심이든 아담한 헌책방에서 작가와 작가의 책을 만날 우연을 빌어본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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