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매드랜드 / 클로이 자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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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이란 여성. 선하고 자유로운 기질의 소유자이지만 정작 자신은 직장과 남편이 있는 도시를 떠나지 못하고 산다. 그러다가 직장 폐쇄와 남편의 죽음이 가져다 준 시간. 펀은 상실감을 겪으면서도 바깥공기를 찾아서 떠나는 시도를 한다. 노매드(한 곳에 얽매이지 않고 유목민처럼 자유롭게 이동하며 사는 사람)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정보를 얻으며 자신도 더 이상 일정한 주거지를 고집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노매드의 삶이라고 해서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다. 차의 기름 값이 있어야 하고 먹을거리를 장만해야 한다. 오래된 차가 서기라도 하면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펀은 다시 일터를 얻는다. 펀에게 주어진 일거리는 대개 시간제로 궂은일이 대부분이다.
펀은 생활을 위해, 또 남에게 신세지지 않기 위해 일을 하지만 자신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떠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일하기 위해 사는 건 아니란 걸 펀이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 문구가 한때 유행했지만, 일한 만큼 보상도 주지 않을뿐더러 열심히 일할 자리가 없는 경우도 많다. 열심히 일을 하더라도 떠날 여유가 없기도 하다. 주 5일제로 이틀간의 휴식만 보장하고 이마저 연장근로나 근로에 대한 부담감으로 앗아간다. 생산과 능률에 따른 경쟁과 성과급이 당연시되고 계약과 해고가 수월해지면서 다수의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때론 일에 대한 성취와 자기계발로, 때론 가족에 대한 헌신으로 노동의 가치를 포장하지만, 일만 하고 살 건인가 되물으면 아연해진다.
펀은 재차 묻는다. 어떻게 사는 게 맞는 건지?
일만 하고 사는 게 옳지 않다면, 지구 공동체 전체가 주 4일제로 가서 일과 휴식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안 되는 일일까도 생각해본다. 노매드랜드를 통해 주말에 열심히 일하지 않은 당신도 함께 떠나는 여유를 꿈꿔보게 된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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