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종, 『사랑이 밥 먹여준다』, 마음산책, 2021.
헨리 나우웬(김명희 역), 『영성에의 길』, IVP, 2002.
- 남을 돕고 사는 사람이 가장 훌륭한 사람이란 생각을 갖고 있다. 실천은 못해도 마음은 그렇다. 대체로 종교인들이 실천까지 이어지는 경우를 종종 봐왔기에 비록 나 자신은 무교에 가까운 사람이지만 이웃을 챙기는 종교인을 흠모하게 된다.
근래 다른 분의 소개와 선물로 온 두 권의 책에서 만난 김하종과 헨리 나우웬도 훌륭한 종교인이란 생각이 든다. 먼저, 김하종의 『사랑이 밥 먹여준다』를 보자.
이탈리아 소년 빈첸조는 어릴 때 친구들로부터 맞고 울면서도 맞서 싸우고 때리는 일은 주저하는 친구다. 읽고 쓰는 일이 또래보다 더딘 난독증도 있었다. 자신과 주위에 그늘을 드렸을 난독증이 오히려 타인의 고통을 더 잘 이해하는 사람으로 자신을 키운 게 아니었을까 회상하기도 한다.
자신이 다니던 동네 성당에서 나이 서른에 사제가 된 빈첸조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 사는 데 자신의 쓸모가 있기를 소망한다. 세네갈에서 일 년을 보낸 뒤 밥 한 그릇의 온기를 나누는 일에 전념할 생각으로 한국에 오게 되고 성남 김씨 김하종 신부가 된다. 평화의 집을 운영하며 무료 급식에 나선 신부는 노숙인 급식과 청소년 쉼터를 겸하는 안나의 집으로 봉사의 장을 넓히며 30년 간 꾸준히 밥하고 설거지하는 일에 애를 쓰고 있다. 성수보다 설거지물에 두 손을 담근 적이 더 많았던 인생은 텔레비전 <인간 극장>에 소개되고, 이후 후원금으로 이전보다 따스한 집을 장만해서 여전히 남을 돕는 일에 자신을 바치고 있다.
신부의 취미인 자전거 타기는 휴식이자 체력 관리의 의미도 있어 보인다. 자발적 지원과 봉사자의 도움을 받아 수백 명의 노숙인에게 밥을 나누는 중에 노숙인의 이율배반적인 행동이나 이웃의 민원에 시달리고 과로로 쓰러지기도 한다. 그럴 때면 신부는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에게 해주는 것이 곧 나에게 해주는 것이다”는 성경 구절을 외우며 실망하는 마음을 이겨낸다.
신부는 책 말미에 이 책을 읽어준 당신이 자신에게 큰 응원이라고 했으니 나는 나도 모르게 응원을 보탠 셈이다. 남을 돕는 마음에 무한한 응원을.
헨리 나우웬의 『영성에의 길』에서도 남을 돕는 마음과 행동을 대면할 수 있다. 헨리 나우웬은 자신의 생애 마지막 시기 10년 간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섬긴 경험을 바탕으로 영성의 길을 안내한다. 능력의 길, 평안의 길, 기다림의 길로 나누어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안내하고, 여기에 삶과 죽음의 길을 더하여 앞의 이야기를 통합해서 보여주고자 한다.
능력의 길에선, “가난한 이들에게 초점을 맞춘 눈과,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모두 공급받을 수 있다고 신뢰하는 마음과, 항상 기쁨으로 인해 놀라워하는 영혼”이 필요하다고 한다.
평안의 길은, 능력의 길에서 갖추어야 할 마음이 행동으로 발현되었을 때 자연스레 얻게 되는 듯하다. 나우웬은 공동체에서 가장 연약한 친구인 아담을 돌본 경험을 이야기한다. 몸이 뒤틀린 아담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겨우 눈맞춤만 할 수 있다. 수시로 발작을 일으키고 그럴 땐 몸이 경직된 채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내는 친구다. 아담을 돌보는 일에 조금 적응이 되자, 나우웬은 거기서 평안을 느낀다. 아담을 위해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인식도 갖는다. 이 공동체는 아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연약한 사람을 받들면서 주변 모든 이들이 평안해지는 상태를 지향한다.
“우리 자신의 연약함 가운데서, 우리가 가장 심한 상처를 느끼고, 가장 불안하고, 가장 심한 고통을 느끼며,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우리 마음의 그 장소에서, 우리는 평안을 발견한다”는 문구를 읽으며 고통과 평안이, 천당과 지옥이 붙어 있음을 헤아리게 되고 그 선택지가 자신에게 돌려져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우웬은 하나님이 주관하는 대로 두라고 권한다.
“사람들이 서로에 대해 아주 정직하고 긍휼히 여길 때 그리고 서로의 실수와 약함에 대해 마음을 열고 연약해질 때 평화와 화해를 경험한다”는 나우웬의 말을 옮겨 적고 몇 번 다시 읽어 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도 돕고 남도 돕는 게 우선 건강해 보이지만, 감하종 신부와 헨리 나우웬은 남을 돕는 데서 자신을 돕는 마음을 발견하기를 안내하는 듯하다. 이런 길을 앞서 걷는 이를 존경하지만 길의 끝에 각자가 부를 신의 이름은 다를 수 있을 것이다.(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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