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선미, 『후끈밤 낭독회』, 싱클레어, 2022.
- 인디 가수 ‘경주페터’는 경주 불국사 인근에서 문화 공간인 신촌서당을 운영하고, 책의 저자이기도 한 아내는 그 옆의 골방책방을 운영한다. 이 공간에서 독립출판, 낭독회,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부부가 함께 기획하고 진행한다. 후끈밤 낭독회는 자신이 직접 쓴 글을 낭독하는 모임인데 이때 아내가 낭독했던 내용을 부부가 함께 책으로 엮은 것으로 보인다.
책의 처음 부분은 경주에 내려와서 키우던 두 아이 이야기가 많다. 아이가 바깥 체험을 하고 결과물에 뿌듯해하는 걸 보고 그렇게 “한발씩 너의 것을 찾아가렴. 조금씩 덜 돌아보면서”라며 아이를 응원하는 부모의 애틋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인 <마틸다>를 큰아이와 함께 보면서 영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게 된 일을 소개하기도 한다. 아이가 더 성장하면 소설 「모비딕」을 읽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타낸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을 꼽는다면 경주 집에 배나무를 심은 것이다. 오래전 삼촌이 이른 나이에 죽은 후에 작가는 자신의 꿈에 나타난 삼촌에게 배나무를 심어주겠다고 말했고 그 말을 실천하게 된 것이다. 자신이 사랑했던 할머니의 유해도 삼촌의 배나무 아래로 갔다. 배나무도 배꽃도 과실도 작가와 가족에겐 특별하고도 정답게 느껴질 것이다.
책을 한 권 읽는 것은 책 한 권으로 끝나지 않고 다른 책이나 관련 영상을 찾게도 하고, 책에 나온 장소를 따라가게도 한다. 『후끈밤 낭독회』를 읽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지만 그 덕에 대충 지났던 영화 <마틸다>를 다시 보게 된다. <마틸다>를 보고나서야 책에 『모비딕』이 갑작스레 등장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후끈밤 낭독회』가 <마틸다>를 보게 했다면, 영화 <마틸다>는 앤 슬리벤의 동화 『지나쳐 간 사람들』(원제: WALTER FISH)에 대한 기억을 소환시킨다. 동화 속 지나는 사람은 물 밖에 튕겨나간 채 죽어가는 물고기에게 그렇게 된 이유가 자신에게도 있음을 돌아보게 한다. 또한 해결도 남에게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도울 수 있는 길을 찾아보라고 친절하게 충고하는 사이 물고기는 그만 죽고 만다는 얘기다. 영화는 동화 내용과 반대다.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그 순간 마틸다는 담임선생을 도왔고, 담임선생 또한 오래 망설이지 않고 마틸다를 도왔기에 두 사람은 악당으로부터 벗어나서 평화를 얻게 된다는 내용이다.
경주페터와 아내 추선미 작가는 작년 연말에 대구 물레책방에서 노래 공연을 한 바 있고 그때 잠깐 인사를 나눈 인연은 있다. 노래와 『후끈밤 낭독회』로 신촌서당과 골방책방이 궁금해진다면 불국사 가는 길에 들러서 『모비딕』이 있는지도 둘러보고 책 한 권 구입해도 좋을 것이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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