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맹자, 세상을 말하다』, 학이사, 2023.
- 맹자를 읽은 송철호 쌤의 글을 읽는다. 맹자가 강조했던 인의예지(仁義禮智) 중 인과 의에 대한 언급이 많은 편이다. 공자도 맹자도 저자도 사람살이의 기본은 인이라고 여긴다.
저자는 『설문』의 인(仁)에 대한 풀이를 인용하여 두 사람이 나란히 있으며 서로 친하다는 의미로 인(仁)을 받아들인다. 두 이(二)를 위아래의 부모 자식 관계로 새겨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친함으로 타인을 대하는 것이 어진 사람의 자세일 것이다. 하늘과 땅의 관계로 볼 수도 있겠지만 수직적 관계로 보는 건 친함과 거리가 멀다. 저자는 그 친하다는 것을 나와 남을 구별하지 않고 서로 ‘같다’ 또는 ‘같게 하다’는 뜻으로 새긴다. “남과 나를 같게 대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사랑”이라고 했다.
이 말을 듣고 인을 새로 보니, 둘이 서로 거울이 되는 모습 같기도 하다. 하늘의 거울이 땅이고, 땅의 거울이 하늘이다. 서로를 예우하며, 서로의 거울에 비친 자신을 성찰하는 평등 관계가 곧 인의 모습에 가까울 거란 생각도 해보게 된다.
저자는 맹자가 환대란 단어를 직접 쓴 것은 아니지만 인간관계에서 인이 곧 환대가 되는 이치를 이렇게 말한다. “환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다. 환대는 존재의 인정으로부터 출발한다. 나라는 존재가 있으므로 해서 남이 있고 남이 있으므로 해서 내가 있다. 인은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며,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 곧 사랑하는 마음이며 남과 나를 구별하지 않고 같이 대하는 것이다. 인은 그 자체로서 이미 환대이다”라고.
저자의 말을 듣고 또 떠오르는 시 한 편이 있어 옮겨 본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방문객」 부분
자신에게 오는 사람을 ‘어마어마한 일’로 받아들이는 마음 자세는 시의 마지막 구절처럼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저자는 타인을 향해 자신을 여는 순간 배움이 시작될 것이라며, “진정한 환대의 아름다움은 주인과 손님의 구별이 없어지는 것, 주인이 손님이 되고 손님이 주인이 되는 데에 있다”고 했다.
저자는 맹자를 통해 나와 남을 구별하지 않는 마음을 거듭 강조한다. 내가 나를 위하듯 남을 나처럼 대하는 마음이 환대로 이어지는 이치도 아주 특별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 쉬운 일이 말처럼 쉽지 않은 걸 안다. 저자는 인을 이루기 위한 태도 혹은 노력의 과정으로 의(義)를 말한다. 나쁜 것을 부끄러워하는 맹자의 수오지심(羞惡之心)을 저자는 “나의 나쁨을 부끄럽게 여기고 남의 나쁨도 부끄럽게 여기는 마음”으로 해석한다. 자기 자신만을 닦고 마음 공부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남의 잘못에 대해서도 눈감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고 이것이 쌓이고 쌓여서 인(仁)이 된다는 것이다.
“진실로 어질구나!”. 이 말은 공자가 제자 안연을 두고 한 말이다. 주변에서 이런 말을 쉽게 쓸 수 없다면 아마도 ‘의’가 충분치 않아서 그럴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저자인 송철호 쌤은 고전 공부하는 학자이자 예술아카데미 담문 회장이기도 한데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연을 소개하며 결국, 남 탓보다는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는 데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되더라는 얘기를 들려준다.
공자도, 공자를 배운 맹자도, 공자와 맹자를 읽는 저자도 어떤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 남 탓하는 것을 경계한다. 저자의 아래 문장은 두세 번 읽게 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단순하다. 내가 그를 사랑하면 그도 나를 사랑하고, 내가 그를 공경하면 그도 나를 공경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람이 나를 사랑하지 않거나 공경하지 않는다면 그 원인은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았고 공경하지 않은 데 있다.”
(이동훈)
* 사진 한 장은, 라일락 뜨락에서의 한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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