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당신, 끝내 그렇게 사랑받고 있음을 영영 모르겠지요

톰소여와허크 2024. 7. 13. 14:08

홍수연, 당신, 끝내 그렇게 사랑받고 있음을 영영 모르겠지요, 시산맥사, 2024.

 

 

- 홍수연 시인이 자신의 맘에 와 닿은 시에 감상을 입힌 에세이다. 시의 출처인 시집 제목이나 출판사, 출판년도에 대한 기록을 두지 않아서 오로지 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저작권 문제로 비매품으로 발간되어 시중에서 책을 구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저작권이 그 취지에 반해서 시를 이야기하고 나누는 문화를 위축시킨 것도 분명해 보인다.

인용한 조용미 시인의 봄의 묵서는 고독과 자의식 과잉과 슬픔의 감정을 지나와 몸이 달라지고 있는 봄에 대한 이야기다. 시를 읽으며 홍 시인은 고독에 대한 자신의 사유를 풀어놓는다. 새도 누군가 보아주는 사람이 있어야한 새가 될 수 있다는 최승자 시인의 말을 떠올리며 인간은 혼자서는 새도 꽃도 나무도 될 수 없다. 어린왕자가 장미에게 물을 주듯이 누군가 물을 주고 보살펴 주어야 한다. 혹은 자신이 누군가에게 물과 거름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책 표지 도안이 이 구절과 관련된다.

 

<햇빛 때문에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가 달라지다니요 꽃과 나무와 마음을 변화시키는 봄볕에 하릴없이 연편누독만 더합니다 부디, 마음 때문에 몸을 소홀히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조용미, 봄의 묵서)

 

홍 시인이 좋아하는 마지막 구절을 옮기면서 나는 오타를 냈다. “마음 때문에 봄을 소홀히 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으로 오타 낸 걸 뒤늦게 발견하고 오타가 그럴듯하다는 생각도 한다.

 

홍수연 시인이 첫 시집을 내고 출판사가 건네 준 명단의 이백여 분에게 시집을 보내고 두어 분의 답신을 받는데 신달자 시인의 격려 답신이 있었단다. 특별한 연고가 없고 문단에도 나서지 않는 이에게 보내는 노 시인의 격려는 큰 힘이 될 줄 안다. 돌이켜 보면, 나의 첫 시집에도 김종길 쌤의 전화 한 통이 있었다. 성탄제는 이전부터 좋아하던 시지만 그 이후부턴 더 좋아한다. 문병란 쌤은 답신 보내지 말라며 편지를 거듭 보내서 그때의 고마운 마음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다 내리고 다 가지면/ 손끝 발끝의 착지에 힘이 가요/ 몸이 따뜻해져요> (신달자, 책을 듣다)

 

홍 시인은 책을 듣는 것은 영혼에 비타민제를 주입하는 일이라면서, “어떤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내 몸이 사랑으로 가득 채워져 그 책을 가슴에 꼬옥 안아보게 되는 책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책이란 그런 것이다. 좋은 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고 했다. 홍 시인은 신달자 시인의 책도 그렇게 가슴에 안았을 것이다.

 

홍 시인이 품은 시 중엔 사랑으로 반쪽 아닌 만선이 되었다는 신휘 시인의 반달이 있는가 하면, 당신에게 가는 길도 나에게 오는 길도 소걸음이면 좋겠다는 시도 있다. 내가 쓴 것이지만 누군가 말해주지 않는다면 책 제목 당신, 끝내 그렇게 사랑받고 있음을 영영 모르겠지요(김경미, 엽서, 엽서)처럼 지내게 되는 것이다.

다행히, 책을 읽어주고 시를 읽어주는 마음 자체엔 저작권도 뭣도 없다. 단지, 버릇하고 작정하는 약간의 수고와 읽고 느끼는 얼마간의 정성은 있어야 한다. 그 수고와 정성으로 세상은 조금 더 아름다워진다고 믿는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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