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미리 5

해당화 향기 / 임미리

해당화 향기 / 임미리 그림자도 숨어버린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바람을 찾아 나선 선정암 입구에 들어서니 코끝을 자극하는 향기 진동하네. 두리번거리다 마주친 해당화 한 무더기 척박한 모래땅 바닷가에서만 꽃 피는 줄 알았는데 정인을 만난 듯 반갑게 마주앉네. 산사의 바람에 얼마나 흔들렸을까. 붉은 꽃잎이 더욱더 애잔해 보이는데 그리운 이를 기다리는 듯 강인하게 피었네. 산 넘고 바다 건너 먼 곳까지 아련한 향기 한 줌이라도 보내려했을까. 붉은 꽃잎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그늘이 보이네. 푸른 가시로 버텨낸 세월이 얼마였을까. 보는 이의 아련함 깊어 가는데 바람결에도 모른 척 잠이 드는 해당화 내일쯤이면 찾아올 그리운 이의 발치에서 더욱더 붉게 피어날 꽃잎 무더기 향기로운 몸짓이 산사를 흔들어 깨우네. -『물..

감상글(시) 2023.07.12

<에세이> 나는 괜찮습니다 당신도 괜찮습니다

임미리, 『나는 괜찮습니다 당신도 괜찮습니다』, 문학관, 2020. - 화순 하면 천불천탑의 운주사가 우선 떠오르지만 그곳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지역과 자신과 주변 이야기를 수필로도 쓰고 시로도 쓰는 임미리 작가가 또 생각난다. “토끼가 입을 맞춘다는 산골짜기에서 태어났다”는 임미리 작가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아궁이에 직접 불을 지핀다. 농사일에 바쁜 어머니를 대신해 밥을 하고 반찬 장만도 거든 것이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라디오도 없는 곳에서 자연히 노래란 걸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초등 2학년 때 애국가를 가창하라는 숙제를 가사만 외워 자기 식으로 낭송하다가 망신을 당한 후 작가는 남 앞에서 노래를 못 부르는 사람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제대로 듣는 훈련이 안 되니 들은 것을 소리로 낼 수 없..

감상글(책) 2022.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