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 향기 / 임미리 그림자도 숨어버린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바람을 찾아 나선 선정암 입구에 들어서니 코끝을 자극하는 향기 진동하네. 두리번거리다 마주친 해당화 한 무더기 척박한 모래땅 바닷가에서만 꽃 피는 줄 알았는데 정인을 만난 듯 반갑게 마주앉네. 산사의 바람에 얼마나 흔들렸을까. 붉은 꽃잎이 더욱더 애잔해 보이는데 그리운 이를 기다리는 듯 강인하게 피었네. 산 넘고 바다 건너 먼 곳까지 아련한 향기 한 줌이라도 보내려했을까. 붉은 꽃잎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그늘이 보이네. 푸른 가시로 버텨낸 세월이 얼마였을까. 보는 이의 아련함 깊어 가는데 바람결에도 모른 척 잠이 드는 해당화 내일쯤이면 찾아올 그리운 이의 발치에서 더욱더 붉게 피어날 꽃잎 무더기 향기로운 몸짓이 산사를 흔들어 깨우네.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