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먹는 사람들/이동훈
허드렛일 수년에 전세 얻은 게 고작인데
기초수급자에서 제외되었다며
감자 한 알로 끼니를 때우는 새터민 영이 씨.
데그럭거리는 낡은 선풍기에서
개마고원의 높바람이라도 느꼈는지
제법 콧노래를 놓기도 한다.
벽에 걸린, 감자 먹는 사람들,
고흐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대뜸, 고향집 그림이란다.
허기진 하루를 찐 감자로 달래며
옥수수 물을 나누어 마시던 사람들 속에
저도 있었단다.
넉넉지 못해도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고만하면 좋을 것을
백두산맥을 넘어오는 눈바람이
뼛속까지 시린 가난을 연년이 몰아치고
안 죽을 만큼(혹은 죽을 만큼) 배급 받은 감자는
설밑에 동나기 일쑤란다.
굶주린 늑대가 마을 가까이 내려오고
심지 줄인 남포등이 지붕까지 걱정을 돋울 때
먼 부두에 구호품이 닿았다는 소문이 켜지고
집 나선 아버지도, 뒤따라간 오빠도
그예 돌아오지 않았다 한다.
내다보는 게 일인
어머니가 벽에 기대 곯아떨어진 날
남은 감자 세 알을 어머니 발치에 둔 채
영이 씨는 무작정 어둠 쪽으로 내달렸다 한다.
어머니의 가슴팍처럼 짱짱하게 얼었을 압록강을
뒤 한 번 보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건넜다고
말끝을 흐린다.
감자 먹는 사람들……
등 돌린 영이 씨의 코 푸는 소리를
그림인 듯 생시인 듯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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