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작성 시각 : 2002.08.11 13:34:27
좀 모자라고 어리숙한 봉구(김승우 역). 제대 이후에도 변변한 직장을 갖지 못하고 집안의 천덕꾸러기가 된 그가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 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끼니도 굶고 여비도 없던 그가 전재산 삼백원을 갖고 라이터를 샀다. 이 라이터 때문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달리는 기차에서 한바탕 질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봉구는 조푹 두목에게 빼앗긴 라이터를 돌려받기 위한 놀라운 투지와 집착력을 보여준다. 라이터를 돌려받지 못하면 자기 인생의 실패를 스스로 확인하는 것과 다름없었기에 그는 눈물겨운 희생(관객 입장에서는 배꼽잡는 이야기)을 감수한다. 그동안 사람 대접 못받고, 린치만 당했던 봉구는 이를 악문다.
조폭 두목(차승원 역)은 국회의원 일행을 기차 한 켠에 감금하고 자기들의 몫을 애초의 약속대로 지불할 것을 요구한다. 이미 거물이 된 국회의원은 약점을 남기지 않으려는 이유로 해서 조폭의 요구를 거절한다. 보수를 받으려는 조폭 두목의 협박과 호소가 안쓰러울 정도로 이어진다.(이전의 조폭 이미지와는 차별화됨)
조폭 일행은 자신들의 뜻을 끝내 이루지 못했고, 봉구는 결국 승리했다. 다시 찾은 라이터로 담배불을 댕기고 맜있게 한 모금 빨고 훅- 뱉는다. 주눅든 인생에서 활짝 편 인생으로의 전환점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빗줄기가 거세졌다.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리고 있다. 담배를 빼어물고 라이터를 켰다. 훅- , 담배 끊는 데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다. 친구녀석도 담배사러 슈퍼에 갔다. 비에 젖은 인생이란 표현이 생각난다. 손창섭의 소설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