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이른 아침 나를 기억하라

톰소여와허크 2010. 8. 31. 11:11

글 작성 시각 : 2003.07.27 01:41:10
틱낫한, <이른 아침 나를 기억하라>, 지혜의 나무. 2000

<이른 아침 나를 기억하라>는 틱낫한 스님의 글 <Peace is Every Step>을 번역한 것이다. 틱낫한은 의식적인 호흡으로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하기를 권한다. "숨을 들이쉬면 내 몸은 평온해진다. 숨을 내쉬면 난 미소짓는다."란 구절을 따라 외고, 실제 숨쉬기를 해본다. 내게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수련이 분노와 슬픔을 가라앉게 하고, 마음의 평정심을 찾게 해준다는 말이 아주 엇가는 소리 같지는 않다. 의식적인 호흡을 통해서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다면 삶에 대한 나의 태도도 훨씬 너그러워질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다시 한 번 숨을 크게 들이고, 길게 내어보면서 책장을 넘긴다.
틱낫한은 설거지하는 일이 재미있다고 한다. '마음 집중'하여 그 순간을 즐기기 때문이다. 설거지에 대한 명상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학교 청소 시간이 떠오르는 것은 직업적인 반응이리라. 많은 친구들이 청소를 싫어한다. 청소를 왜 해야 하는지를 공감하게 하는 데도 상당한 힘이 든다. 그런 중에도 청소 시간이 돌아오면, 바닥에 떨어진 휴지 한 장이라도 놓칠세라 동료들 다리 밑이나 비좁은 책걸상 사이를 빗자루로 열심히 쓸어내는 학생이 있다. 비 오는 날, 우산 받쳐들고 쓰레기통을 비운 뒤 환하게 웃으며 들어오는 학생이 있다. 참 예쁘다. 적어도 이 학생들은 틱낫한의 말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나도 가끔 설거지하면서 아내를 위해 이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하는 설거지는 누구를 위한다는 것이지 일 자체를 위한 것은 아니었다. 이를테면 깨끗한 접시를 보는 즐거움이나, 손과 물과의 행복한 접촉 따위는 내 관심 밖의 일이었다. 일 자체를 즐기며 행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알아차림'과 '마음집중'이 필요할 게다.
삶 곳곳에서 부닥치는 불쾌한 감정(근심, 두려움, 분노…)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틱낫한의 말도 간략하고 인상적이다. 자신의 감정을 관찰하여 알아차린다면, 근심이, 두려움이, 분노가 자신을 지배하지 못할 것이고, 곧 평정심을 찾을 수 있다. 또 그런 평정심이 자기가 원하는 감정 변화(이해심, 동정…)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요지이다. 그러고 보면 자기 자신의 감정에 휩쓸려 감정을 터뜨리거나, 터뜨리지 못해 고통받거나 했던 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오늘밤, 관찰에서 이해심이 싹튼다는 틱낫한을 말을 화두로 삼고 자야겠다.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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