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숙․우찬제 글 김신용 사진, 시인 박물관, 현암사, 2005.
- 시인이란 이름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58명을 차례로 찾아가서 그 인상을 스케치하고(손현숙), 사진을 찍고(김신용), 평(우찬제)을 남긴 글이다.
글도 글이지만 사진을 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러닝셔츠를 입은 고은 시인은 김수영 시인을 연상케 하고, ‘성탄제’의 김종길 시인은 빵모자를 쓴 개구쟁이 같다. 담배 문 모습의 송재학, 이근배, 문인수, 최승자 시인의 포즈도 각기 다르지만 나름의 멋이 있다.
김종길에 대해서 손현숙은 “나는 보았다. 어떤 자리에서도 회유나 획책으로 돌아가지 않는 시인의 곧음을, 동네 어귀의 느티나무 정자처럼 늘 그 자리, 그늘을 일구고 계신 시인의 시는 높고 쓸쓸하고 가난하고 한없이 외롭다”고. 좋은 시를 쓰기 위한 마음 바탕이 있다면 아마 이런 게 아닐까 싶다.
구상 시인은 수전증이 있는 손으로 친필 원고를 써주었다고 하는데 그 시의 울림이 자못 크다. ‘꽃자리’란 제목이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소개된 시인 중에 최하림(2010), 김춘수(2004), 구상(2004), 오규원(2007)은 이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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