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반통의 물

톰소여와허크 2011. 1. 7. 10:04

나희덕, 반통의 물, (주)창작과비평사


- 나희덕 시인의 산문이다. 자신이 지나온 나무와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라고 말한다.

  그중에 아버지에 대한 회고가 눈에 남는다. 안정적인 공무원 생활을 접고 철필로 가리방(줄판) 긁는 아버지의 모습이 불만이었던 학창시절이 시인에게 있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난 뒤 아버지의 순수와 정직함에 더 감사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시인은 아버지에 대해서 “글을 쓰고 싶어하셨지만/ 글자만을 한 자 한 자 철필로 새겨 넣던 아버지,/ 그러나 고치 속에서 뽑아낸 실로/ 세상을 향해 긴 글을 쓰고 계셨다는 걸 깨달은 것은/ 그후로도 오랜 뒤였다”고 고백하기에 이른다. 아버지 대신에 딸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아버지의 꿈을 잇고 있는 셈이다.

  언젠가 ‘못 위의 잠’이란 시를 한참을 들여다보았던 기억이 있다. 편안한 둥우리를 식구에게 내주고 못 위에서 조는 제비와, 종암동 버스정류장에서 서 있던 아버지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쓴 시라고 시인은 밝힌다. 

  시인은 채워지지 않는 반 통의 물로 인해 출렁대겠지만, 문학을 위해서는 고요한 안정보다 더 요긴한 일일 수도 있겠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