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선생 유배지에서
신정일, 신정일의 신택리지(제주도 편), 타임북스
-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면서 책을 구입했다.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에 의해서 시작된 제주의 역사와 지명, 제주의 풍속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 책이다.
이 중에 유배지로서의 제주를 들여다보면, 기묘사화로 유배 왔던 김정이 우선 눈에 띈다. “왕래 드문 고도에서 남은 목숨 이어가니/ 하늘은 이미 운수를 정해 놓았을 텐데/ 막다른 길에서 울어 무엇하리” 노래했던 김정은 끝내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다.
인조반정으로 폐위되었던 광해군이 귀양 와서 뭍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졸한 것도 이곳 제주였다. 소현세자의 세 아들도 아버지, 어머니의 죽음을 뒤로 하고 이곳 제주로 왔다가 막내만 겨우 돌아갈 수 있었다.
유배에서 풀려나 제주에서 벗어났던 조정철은 다시 제주 방어사를 자처해서 제주로 돌아왔다. 그는 자신을 위해 죽음을 달게 받은 홍윤애의 넋을 위로하고 홍의녀묘를 세우고 비문을 손수 썼다. 김정희 역시 제주에서 아내의 부음을 듣고 이를 애달파하는 시를 썼다. 이 두 이야기는 제주의 사랑이라고 기억하고 싶은 내용이다. 이 밖에 송시열, 최익현, 박영효 등도 제주에서 유배 생활을 했다.
바람이 불어 마라도에 가지 못했다. 마라도 근처 어딘가에 있다는 전설의 섬, 이어도를 생각한다(마라도 남서쪽 파도가 일 때 간혹 드러나는 암초도 이어도라는 명칭을 갖고 있긴 하다). 뭍이든 섬이든 꿈꾸는 곳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절망스런 현실을 견디는 힘이 되기도 하겠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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