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이동훈
햇살이 창으로 모여드는 오후
손톱 깎이느라 무릎에 앉힌 어린것이
잠시 다소곳하더니 몸을 비틀기 시작한다.
손목을 다잡고 달래 보나 을러 보나
저를 이길 순 없다.
창가 자리로 내빼다 돌아앉아
헤벌쭉하는 양을 보다가
셀로판종이보다 투명한 것들을 집어내는데
까슬한 조각 하나가 옛날을 찔렀을까.
아릿아릿 떠오르는
처마 밑 양달쪽으로 등 굽은 할머니
귓밥이 이만하니 잘 살겠네.
손금이 이만하니 잘 살겠네.
그때인지 지금인지 졸음에 겨워
스르르 눕는데
톡톡 분지르는 소리가
옆구리 통증처럼 오는 것이다.
- 우리시 2011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