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물구나무서기

톰소여와허크 2012. 6. 21. 17:31

 

물구나무서기/ 이동훈


눈 좀 붙여야 한다고.
피곤이 밀려서 엎어지는 늦저녁에
다음을 위하여 푹 자두어야 한다고.
그런데 이게 뭐야.
오래된 냉장고는 유난히 찡찡거리고
옆집 술고래는 벌써부터 유행가를 꺾고
저녁잠 깬 아이는 울음보를 트기 시작하네.
그러든 말든 돌망태처럼 모로 누워 버티니
소리는 잦아들어 고즈넉하기까지 한데
우습지도 않은 일로 시비하던 사연이
감은 눈에 새로 몰려올 줄이야.
생각은 어둠 속에서 더 환하니 미칠 일이지.
물구나무서기로 몸을 괴롭힐 수밖에.
한쪽으로 쏠려가는 생각을 양손으로 버티며
하나 둘-, 하나 두우울- 천천히 세는 거야.
어쩜, 거꾸로 서야 제대로인가.
잘나서 바로 선 것들이 다 무너지고 나서야
곤한 잠에 빠져드는데
꿈결인 듯 스치는 생각 하나.
너보다 내가 힘들어야
비로소 허용되는 깊고 깊은 잠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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