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구나무서기/ 이동훈
눈 좀 붙여야 한다고. 피곤이 밀려서 엎어지는 늦저녁에 다음을 위하여 푹 자두어야 한다고. 그런데 이게 뭐야. 오래된 냉장고는 유난히 찡찡거리고 옆집 술고래는 벌써부터 유행가를 꺾고 저녁잠 깬 아이는 울음보를 트기 시작하네. 그러든 말든 돌망태처럼 모로 누워 버티니 소리는 잦아들어 고즈넉하기까지 한데 우습지도 않은 일로 시비하던 사연이 감은 눈에 새로 몰려올 줄이야. 생각은 어둠 속에서 더 환하니 미칠 일이지. 물구나무서기로 몸을 괴롭힐 수밖에. 한쪽으로 쏠려가는 생각을 양손으로 버티며 하나 둘-, 하나 두우울- 천천히 세는 거야. 어쩜, 거꾸로 서야 제대로인가. 잘나서 바로 선 것들이 다 무너지고 나서야 곤한 잠에 빠져드는데 꿈결인 듯 스치는 생각 하나. 너보다 내가 힘들어야 비로소 허용되는 깊고 깊은 잠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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