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그림과 눈물

톰소여와허크 2012. 11. 1. 20:15

 

<메크스 마을> 모리스 위트릴로, 1924년 작

제임스 엘킨스(정지인 역), 그림과 눈물, (주)아트북스

 

- 그림 앞에서 울어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경우에 그게 가능한지 저자 나름의 생각을 밝힌 책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 조반니 벨리니의 「성 프란체스코의 무아경」에 흠뻑 빠진 적이 있었지만 이후, 그림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고 공부하면서 그림에 대한 이해를 키운 대신에 감동하는 능력을 잃었다고 고백한다. “경험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기에 강렬한데, 거기에 언어를 갖다 붙이면 그 과정에서 경험들은 죽는다. 그림의 역사에 대해 천천히 배워가는 동안에도 처음 내가 느낀 감정들은 찢겨 없어졌고, 기억들은 해체되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림 앞에 좀처럼 울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라 하겠다. 색채와 기법, 작가의 스타일, 숨겨놓은 비밀, 그림에 얽힌 사연 등을 떠올리는 순간, 그림이 그와는 다른 방법으로 말을 걸어올 여지가 사라지게 되고, 새로운 대면이 가져올 신선한 충격과 감동도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이와 같은 저자의 생각을 받아들이게 되면, ‘아는 만큼 보인다’는 이전의 매력적인 문구와 상충되는 면도 있다. 둘 사이 조화의 길이 있다면, 공부는 하되 주입된 것에 매몰되지 않고 편견과 선입견을 갖지 않으려 애쓰는 정도일 것이다.

  내 안의 장벽을 허물고 말을 건네올 그림 한 점, 기다려 본다. 이미 지나왔는지도 모르지만.(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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