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미안한 마음

톰소여와허크 2013. 2. 9. 09:25

함민복, 『미안한 마음』, (주)대상미디어, 2012.

 

* 시인은 자연에 이웃에 다른 무엇에 미안한 데가 많단다. 텃밭의 토마토 그 밑둥치를 베었다가 밤새 땅을 흥건히 적신 수액을 보고 미안해하고, 꼬리 잘리고 뱀 구멍으로 도망간 뱀이 새끼를 내보내고 죽은 사실에 미안해하고, 논의 볏단에 든 노루를 잡으려다가 도망갔던 노루가 다시 돌아온 이유가 아직 볏단에 남은 노루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마을 아저씨들과 함께 미안해하고, 관절이 안 좋은 걸 알고 옥매트를 보내오거나 생선회를 썰어주던 이웃에 미안해하고 고마워한다.

  시인의 강화도 집에는 늙은 고욤나무 한 그루 있나 보다. 새를 위해 열매를 따지 않는다는 나무다. 시인의 고욤나무 사랑이 유별나다.

  “눈 내려 산과 들에 먹을 것 없어지면 새들이 고욤 먹으러 많이 날아온다고, 이파리 다 진 다음 수만 개의 고욤이 매달린 고욤나무는 아름답다고, 내  가 지금까지 살며 가장 많이 쳐다 본 나무라고, 내게 그늘을 가장 많이 베풀어준 나무이고, 혼자 사는 내가 답답할 때 말을 거는 말동무라고, 그런 친구의 꿈을 내가 지켜줘야 한다고.”

  결국, 미안한 마음은 상대를 깊이 헤아리는 것이고, 빚진 걸을 아는 마음일 것이다.(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