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에 대한 명상>수록작

느티나무 노을

톰소여와허크 2013. 10. 30. 01:39

느티나무 노을 / 이동훈


불불불 불붙는 색깔 논쟁.
이쪽에서는 붉다고 치이고
저쪽에서는 덜 붉다고 꼬이고
애먼 말로 핀잔 듣고 생말로 둘러대는 세상에
머릿속은 갈라놓은 수세미 된다.

단풍전선에 걸린 느티나무는
노랗고 노르께하고 발그스레하고 붉기도 하여
잎잎이 색색이 다른데
붉다고 시비할 일도 없고
누렇다고 구시렁댈 일도 없다.

확전 일로의 단풍이 속까지 태우다가
저녁 하늘로 걸쳐 간 것은
색을 입었다고 밥까지 빼앗긴 색약 같은 사람들
안으로 삭이지 못하고 밖으로 내지도 못했던
하루치의 울혈과 피로를
한꺼번에 쏟아낸 까닭이다.

 2013년 경덕여고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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