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시)

물같이 바람같이 / 한인철

톰소여와허크 2014. 1. 2. 21:52

물같이 바람같이 / 한인철

 

 

물이 풀잎에 떨어지면 풀잎만 보입니다

물은 물과 한 몸이 되어야 물입니다

물은 바위도 옮겨 놓지만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의 텃밭을 가꿉니다

 

바람이 엎드리면 바람은 자신을 잊습니다

바람은 일어설 때 바람입니다.

바람은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기도처럼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숨결입니다

 

물처럼 촉촉이 하나 될 수 있다면

바람처럼 어디든 스밀 수 있다면

삶은 끝나지 않는 노래

흘러가는 구름이 자기의 얼굴을 찾아보라 합니다

- 『달콤한 인연』, 도서출판 움, 2013.

 

* 제목에서 나옹 선사의 시가 연상된다. 사랑도 미움도 성냄도 탐욕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고 하지 않았던가.

  물과 바람이라는 자연물에서 나옹 선사는 현실의 것을 버리고 무욕과 평정의 세계로 나가는 상징을 읽었다면, 시인은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일상의 모습에 방점을 둔다. “생명의 텃밭”과 “숨결”은 물과 바람이 이루는 최선의 삶이며, 이러한 삶 안에 서로가 서로에게 스밀 수 있기를 시인은 바라고 있는 것이다.

  온탕 냉탕 몇 차례 왔다 갔다 하면 세상일이 두려워지기도 할 테지만, 그럼에도 삶은 불러야 할 노래, “끝나지 않는 노래”임을 생각한다. 옆 사람과 하모니를 이룬 노래면 좋을 것이고, 누군가의 시구처럼 노래인 줄도 모르고 부르는 노래면 더욱 좋을 것이다.(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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