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락, 『고맙습니다, 아버지』, 지식의숲, 2014.
신현락 시인의 산문을 읽었다. 시인의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이고 아버지를 몹시 따랐던 시인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첫 장에선 아버지를 따라 낯선 세상인 신작로로 나섰다가 아버지를 놓치고 울음을 냈던 아이를 만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내내 나 역시 자신의 경험을 끄집어내서 한 쪽 눈은 책을 읽고, 또 한 쪽 눈은 과거의 일을 더듬어 찾는 느낌이었는데, 이 대목에서는 물웅덩이에 매료되어 자리를 뜨지 않는 아이를 일부러 저만큼 떼어놓고 왔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주위에 아빠가 없다는 걸 뒤늦게 눈치챈 아이가 울음을 터뜨렸는데 엄마, 아빠를 부르는 소리가 먼데서도 천둥소리처럼 들렸다. 그때 아이 얼굴은 눈물로 세수한 듯 했지만 아빠도 속으로 그만큼 울었다는 걸 지금 고백해 둔다.
신작로에서 다친 아이는 훌쩍 성장해서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뒤, 그때의 아버지를“풀붕대를 감아 주던 아버지의 따뜻한 손길, 바위같이 단단했던 아버지의 등이 아련한 그리움으로 나를 부른다”고 추억하는 것이다.
시인은 시인의 아버지뿐만 아니라 교직에 있으며 경험한, 가난한 제자들의 아버지 모습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를 아이가 어떻게 극복해낼지 걱정하기도 하고, 소의 눈이 아버지와 닮아서 한참 같이 놀았다는 아이의 일기를 통해 탄광에서 아버지를 잃은 아이의 내면을 헤아리는 데 마음을 쓰기도 한다.
시인은 “나 또한 자식들에 의해 아버지가 되어 가는 것”이라 전제한 뒤,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단지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성숙해 가는 과정”임을 생각한다. 책을 덮으니 고마운 사람, 고마운 일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아버지를, 아버지가 되기 위한 노력을 안 꼽을 수 없다.(이동훈)
2008년 의성 빙계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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