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덩이에 대한 명상>수록작

돌할매

톰소여와허크 2014. 4. 23. 15:17

 

돌할매 /이동훈

 

 

영천 돌할매* 지나오며

소원 하나 빌지 않았더니

애꿎게도 옆 사람이 탈이 나

켕기는 마음으로 물수건 얹어주고

벚나무 기침하는

동네 바깥길까지 걸었네.

한 장 한 장 떨어지는 꽃잎에

멍울 잡히는 건

돌할매 마음이 지핀 탓이려니.

고즈넉이 쪼그리고 있자니

늙어 거무튀튀한 벚나무가

내 무릎을 쓱 당겨 껴안더니

뒤도 못 보게 정수리를

대고 쓸어주었다네.

 

*돌할매: 경북 영천시 북안면 소재. 소원을 빌고 돌을 들었을 때 들리지 않으면 할매가 소원을 들어준다는 영험한 돌.

'<엉덩이에 대한 명상>수록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운 소월   (0) 2014.05.09
회화나무 아래서  (0) 2014.04.24
세한도 그리는 시간  (0) 2014.03.18
반곡지에서  (0) 2013.11.03
느티나무 노을  (0) 2013.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