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할매 /이동훈
영천 돌할매* 지나오며
소원 하나 빌지 않았더니
애꿎게도 옆 사람이 탈이 나
켕기는 마음으로 물수건 얹어주고
벚나무 기침하는
동네 바깥길까지 걸었네.
한 장 한 장 떨어지는 꽃잎에
멍울 잡히는 건
돌할매 마음이 지핀 탓이려니.
고즈넉이 쪼그리고 있자니
늙어 거무튀튀한 벚나무가
내 무릎을 쓱 당겨 껴안더니
뒤도 못 보게 정수리를
대고 쓸어주었다네.
*돌할매: 경북 영천시 북안면 소재. 소원을 빌고 돌을 들었을 때 들리지 않으면 할매가 소원을 들어준다는 영험한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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