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오대산 월정사 이야기

톰소여와허크 2014. 5. 10. 10:47

 

오대산 상원사 문수전, 곁방에서 만난 그림

김도흠, 『오대산 월정사 이야기』, 민족사, 2013.

 

  오대산 월정사와 상원사 그리고 소금강을 다녀올 계획을 잡고, 『산사의 숲, 녹음에 들다』 월정사 편과 함께 이 책을 골랐다.

  앞의 책이 산과 절 주변의 생태에 초점이 있었다면, 뒤의 책은 오대산에서 편력했던 수도승과 불법을 지키고 불전을 주석했던 고승들의 이야기에 지면을 많이 할애했다.

  월정사를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자장 율사는 선덕여왕 시절, 화엄 사상을 대중에게 설법하며 황룡사 구층탑과 통도사 건립에도 중심 역할을 한다. 월정사 중창에 크게 공헌한 한암 스님과 그의 제자 탄허 스님이 주고받은 편지를 소개하기도 하는데 짧은 인용글이지만 그 여운이 적지 않다.

  “……돌아보건대, 저는 기질이 나약하고 심지가 굳지 못하여 훌륭하신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조차 감당하지 못하오니, 오직 바라는 바는 다행히 장자(長者)의 가르침을 얻어서 그 허물을 적게 하는 것뿐이옵니다. 그러나 사람됨이 이와 같사오니 군자께서 기꺼이 더불어 말씀해 주실 수 있는지요?”

  이렇게 배움을 청하는 탄허의 말에 한암 스님은 답한다.

  “……만일 생각을 두어 도를 배우고자 한다면 도리어 도를 미혹함이 되나니, 오직 당사자의 한 생각 진실함에 있을 뿐일세. 또한 누가 도를 모르리마는, 알고도 실천을 하지 않기 때문에 도가 저절로 사람에게서 멀어지게 되는 것일세.”

  두 사람이 3년 동안 스무 통의 편지를 주고받은 끝에 탄허 스님은 결국, 입산을 결심하게 되었단다. 세상 공부에 대한 욕심에서부터 시작하여, 깨달음을 구하고 존재의 궁극적 의미를 찾는 경지까지 두 사람이 걸어간 길이 오대산의 주름만큼이나 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이동훈)

'감상글(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 담징  (0) 2014.05.22
<에세이> 길 귀신의 노래  (0) 2014.05.11
<에세이> 피어 있는 꽃  (0) 2014.04.30
<소설> 푸른 꽃  (0) 2014.04.26
<에세이> 그림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0) 2014.0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