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소설> 푸른 꽃

톰소여와허크 2014. 4. 26. 20:59

 

심재근(2008), 수직을 꿈꾸는 오후 - 푸른 꽃

노발리스(김재혁 역), 『푸른 꽃』, 민음사

 

* 주인공 하인리히는 꿈속에 숲길을 걸어 산꼭대기 바위틈을 지나 정령이 서린 연못까지 건너서 신비스런, 푸른빛의 꽃을 만난다. 잠에서 깨어서도 푸른 꽃에 대한 기억이 생생한데, 아버지로부터 어머니를 만나기 전에 당신도 그런 꿈을 꾸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결국, 푸른 꽃은 사랑의 상징이며 그걸 표현한 예술이기도 할 텐데, 그런 사랑을 얻기 위해선 전에 가 보지 않은 길을 떠나야 한다. 하인리히는 그 길에 상인과 동행하며, 아틀란티스의 공주와 젊은이의 사랑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광부를 만나 동굴을 탐사하면서 명상에 빠진 은둔자의 이야기도 듣는다. 이런 경험과 앎은 “실제 그의 마음속에 새로운 빗장을 풀어주고 또 그에게 새로운 창문을 열어”주게 되었으며 천성적인 詩心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사랑하는 연인 마틸데(일찍 죽은, 노발리스의 약혼자를 모델로 했다고 함)를 만나면서 하인리히가 전하는 말은 시보다 더 시적인 느낌인데, 그 일부를 옮겨 적는다.

  “너의 사랑은 나를 인생의 성소로, 마음속의 가장 성스러운 곳으로 인도해 줘. 너는 나를 독려하며 가장 지고한 성찰의 길로 이끌 거야. 언젠가 우리의 사랑이 불꽃 날개가 되어, 노년과 죽음이 우리를 찾아오기 전에 우리를 태우고 하늘에 있는 우리의 고향으로 데려다 줄지 누가 알겠어. 네가 나의 사랑이 되었다는 사실, 내가 너를 품에 안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네가 나를 사랑하여 영원히 나의 사랑이 되고 싶어 한다는 사실, 이 모든 것이 이미 기적이 아닐까?”

  꿈속의 푸른 꽃을 현실로 만나거나, 실제 푸르게 꽃 피우는 것은 오늘을 사는 각자의 몫일 게다.(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