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시)

영통의 기쁨 / 박희진

톰소여와허크 2014. 6. 8. 21:07

영통(靈通)의 기쁨 / 박희진

 

어느 시인 말하기를

사람은 왜 이 세상에 왔는가?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해서?

아니다, 아니다.

참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다.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을 때

사람은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게 된다.

온몸이 후들후들 기뻐서 떨게 된다.

 

영혼은 영혼과의 불꽃 튀기는 만남을 통해

둘이 하나 되는

백금(白金)의 불길로 활활 타오른다.

- 『영통의 기쁨』, 서정시학, 2014.

 

  * “사람은 왜 이 세상에 왔는가?”라는 물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아주 중요한 화두가 되겠는데, 시인은 “참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참사람은 “영혼이 아름다운 사람”이고, 그 사람에게 영향을 받아 자신의 정체성이나 쓸모를 파악하지 않겠냐는 거다. 만남을 뜻하는 ‘교(交)’는 다리가 섞인 모습이란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나서 생각을 섞고 말을 섞으면서 서로의 키를 높여 주는 그런 사귐을 갖는 것이야말로 세상살이의 으뜸가는 보람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다.

  흙이나 납이나 소소한 것들에서 금을 찾은 연금술의 진정한 의미도 주어진 재료를 부지런히 갈고닦아 반짝이는 고귀한 정신을 갖는 데에 있다. 금을 금 자체로 절대시하거나 자본의 가치로만 환산하는 분위기라면 연금술은 더 이상 신비롭지 않을 것이다.

  영혼과 영혼이 섞여 “둘이 하나 되는” 연금술이 시작되려면 최소한의 대가는 있어야 할 것 같다. 아름다운 영혼이 숨어 보이지 않는다면, 책방에 들러 자신의 시간을 내어주어야 한다. 운이 좋다면 온몸이 기뻐서 “노다지 노다지♬” 노래하게 될지도.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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