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소설> 중앙역

톰소여와허크 2014. 7. 19. 16:11

김혜진, 『중앙역』, (주)웅진씽크빅, 2014.

 

  작가는 지도 어디에 있는 중앙역인지 밝히지 않는다. 작가가 그리는 중앙역은 한국의 중앙, 도심의 중앙에 있되 변두리를 끼고 있으며 가장 밑바닥 인생이 모여 사는 곳이다. 그곳에서 한 남자와 나이가 더 많은 한 여자가 만나 사랑에 빠진다. 술이 있어야 몸의 고통과 정신의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여자와, 그 여자의 몸이 필요한 남자는 밤마다 불빛에 쫓기면서도 서로의 허기를 파고든다.

  배에 복수가 차오르는 여자를 위해 처음으로 일을 찾아 나서기도 하면서 나름의 애를 썼던 남자지만 결국은 길거리로 돌아온다. 남자는 자신의 처지와 크게 다르지 않는, 생의 끝자락에 밀려와 있는 철거민들을 말끔히 청소시킬 용역도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여자가 기다리는 말을 해줄 수 없다(략). 소리를 지르고 험한 말을 뱉고 몸부림치는 여자의 마음을 다 읽는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질 수 있나.”라는 문구처럼 중앙역의 두 사람에겐 바닥을 치고 반등할 희망도, 미래도 없다. 그럼에도 그 사람들이 지녔던 감정이 세상 어디에도 소용 닿지 않는 것이라고 말할 순 없겠다. 독자 마음 한 켠에 이미 들어와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니. (이동훈)

'감상글(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설> 진주 귀고리 소녀  (0) 2014.08.10
<에세이> 나는 시인이다  (0) 2014.07.27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0) 2014.07.03
<에세이> 자전거가 있는 풍경  (0) 2014.07.02
<에세이> 생일  (0) 2014.0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