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동, 『나는 시인이다』, 바이북스, 2011.
함경북도 종성 출신인 김규동 시인은 경성고보를 졸업하고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의학 공부를 하다가 문학을 공부하고 시를 쓰고 싶다는 욕망을 휩싸여 서울로 내려왔단다. 딱 삼 년만 공부하고 간다는 게 평생이 되고 말았다. 그때 헤어진 어머니, 다시 가 보지 못한 고향 마을을 시인은 죽을 때까지 그리워한다.
시인은 공부 못하던 말썽꾸러기 어린 시절을 회상하다가, 우연히 《전국 아동 작문집》이란 책을 재미나게 여러 번 읽게 된 경험을 전한다. 자신 안에도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는 걸 발견했고 실제 글을 써 보고 외가 형님에게 격려도 받으면서 글을 쓰는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단다.
경성고보에서 만난 김기림 시인, 남한에서 벗하며 지낸 박인환, 김수영, 박거영 시인과의 일화도 재미나게 들려준다. 이제 시인은 그렇게 바라던 고향 마을 어머니 품에 안겼을 것만 같고, 옛날 벗들과 술 한 잔 치고 있을 것도 같다.
책에 인용된 시 한 편을 붙인다. 이용악 시인의 <그리움>이란 시에 언급된 백무선을 달리던 열차가 문득 떠오른다. 상상 속에서 달리는 기차, 한쪽에서만 달리는 기차, 이제 기차를 달리게 하는 꿈도 옅어지는 시대다.
함경북도
우리 마을 아득한 고향
행준네 넓은 콩밭머리에
이 아침 장끼가 내렸는가 보아라
칙칙거리기만 하고
아직 못 가는 이 기차
해는 노루골 너머에서
몇 자쯤 떴는가 보아다오
-김규동, <아침의 편지>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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