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자, 『문학의 숲에서 동양을 만나다』, (주)웅진씽크빅, 2010.
- 각 시대를 대표하는 중국 고전에 관한 이야기다. “역사에 길이 남은 위대한 저작들은 고통 없이 나온 것이 없다”며 사마천의 <사기>를 든다. 입바른 소리의 대가로 궁형을 감수하면서도 책을 써야 한다는 일념으로 살아남은 사마천, 그는 ‘열전’편에서 굴원을 높게 평가한다. 굴원 <이소>의 대사 한 구절을 저자는 인문정신의 요체라고까지 말하는데, 인용하면,
“아침에는 목란에 내린 이슬을 먹고 저녁에는 가을 국화에서 떨어진 꽃잎을 먹는다. 내 마음 진실로 성실하고 정결하다면 오랫동안 배 좀 고픈들 어떠랴”라는 문장이다.
<분서>와 <장서>를 쓴 이탁오에 대한 언급도 눈에 띈다. “내가 낮추지 못한다는 것은 권세와 부귀만을 믿는 저 사람들에게 낮추지 못한다는 것일 뿐이다. 조금이라도 훌륭한 점이나 선함이 있다면, 비록 노예나 하인일지라도 절하지 않는 경우가 없다”고 밝힌 이탁오는 이단으로 몰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인물이다.
책과 인물을 읽음으로써 세상을 사는 방편도 얻겠지만 그보다는 바로 살기 위한 최소한의 염치를 갖게 되는 것이 더 요긴할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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