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조선 지식인의 서재를 탐하다

톰소여와허크 2014. 9. 5. 08:14

김풍기, 『조선 지식인의 서재를 탐하다』, 푸르메.

 

 

  - 조선 지식인들이 열독하던 책에 관한 이야기다. 어떤 내용을 담고 어떤 반응을 얻어서 어떻게 전달되었는지 그 과정을 쫓아가 보는 시간이다.

  근엄하고 지적인 면이 도드라진 율곡이 중국의 한시를 자기 기준으로 발췌하고 엮은 시선집이 있다는 게 눈에 띈다. 『정언묘선』이라 이름 붙인 책의 서문에 “시의 근원이 오랫동안 막혀서 말류(末流)가 수많은 가지를 침으로써 공부하는 사람들이 눈을 부릅뜨고 살펴도 현혹되고 어지러워 시의 길을 찾지 못하는 것을 근심하였다”는 내용을 볼 것 같으면 소통을 가로막는 시를 걱정하는 이 시대의 학자를 그대로 보는 듯하다.

  조윤제 선생이 서거정의 『태평한화골계전』를 얻었다가 전차에 두고 왔다가 다시 찾은 이야기, 그 원본이 지금 다시 행방불명된 사실 등도 흥미롭게 읽힌다. “웃음이란 사회의 건강도를 측정하는 중요한 척도”임을 말하면서 우스갯소리를 채록한 이 글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데, 누구 손에 진본이 있을지 궁금하다.

  마음을 내지 못하거나 돈이 없어서 개인 서재를 갖기 어려운 사람을 위해 도서관이나 공공 서재가 마을마다 열 개 정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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