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우,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 나무옆의자, 2015.
- 서울 불광천에 오리들이 제법 사는 줄 알겠다. 저자는 좁고 더러 불결한 인상을 주기도 하는 불광천이 더 큰 지류인 홍제천과 합류해 한강까지 나가는 게 신기한 모양이다. 자신을 긍정하면서 나아가다 보면 지금보다 앞으로의 날들이 더 잘 될 거라는 믿음을 불광천에서 갖는다.
이 불광천에서 자신의 고양이가 오리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을 목격했던 노인이 있다. 황당한 사건의 실제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진짜와 가짜는 섞여 있어 경계는 불투명하며 꼭 경계를 지어야 옳은 건 아니다라는 생각도 넌짓 비친다.
노인은 그 오리에 현상금을 붙여서 오리 잡는 사람을 고용한다. 그렇게 고용된 두 사람은 팔리지 않는 소설을 쓰는 남자와 직장에서 밀려나고 주식으로 돈을 잃은 여자다. 노인의 손자가 뒤늦게 고용되면서 노인과 불편한 관계에 있던 아들이 이 사건에 끼어들고 세대 간 갈등도 노출된다.
우여곡절 끝에 노인의 집에 오리도 살고 고양이도 산다. 꽉. 야옹 하며 일합을 겨루기도 하지만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며 함께 산다고 한다. 이처럼 소설은 말짱 거짓말이다. 거짓말이되 진실의 한쪽을 두방망이질할 때 의미 있는 거짓말이 된다. 물론, 삶의 많은 부분이 거짓말처럼 흘러가기도 하는 것이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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