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 <수련, 물에 비친 풍경, 구름> (1903년)
크리스토프 하인리히(김주원 역), 『클로드 모네』, 마로니에북스, 2005.
- 미술 교과서에서 만나 그 잔상이 오래 남아있는 ‘산보, 파라솔을 든 여인(1875년)’이 책 표지 그림이다. 아내 카미유를 모델로 했다. 카미유가 한 발 뒤에 있는 아들과 함께 화가 쪽을 바라보는 포즈에서 기쁨이 느껴지지만, 치마의 주름과 움직임에서 바람의 세기를 간파한 어떤 이는 앞의 불운을 예감케 하는 그림이라고 말한 기억도 난다.
이 책에 소개된, 1875년 마네에게 보낸 편지글에서 “그저께부터 돈 한푼 없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정육점도, 빵집도 더 이상 외상을 주지 않는 군요. 비록 미래에는 희망이 있다 해도 지금 상황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편지를 받는 즉시 20프랑만 빌려줄 수 있겠습니까?”라고 적는다. 이 시기의 그림도 궁핍 속에서 혼신의 힘으로 길어 올린 작품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4년 후 카미유는 임종을 하지만 그 후 모네는 유명 작가의 반열에 올라 경제적 어려움을 덜게 되고, 알리스와 재혼하여 안정을 찾는다. 수련 연작은 그 시기에 집중적으로 그려졌는데 어떤 결핍감이 붓을 놓지 못하게 했는지 그의 전기와 그림을 좀 더 봤으면 하는 마음이 생긴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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