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능으로 가는 길

톰소여와허크 2016. 5. 25. 06:31




강석경, 『능으로 가는 길』, (주)창작과비평사, 2000.

- 경주는 곳곳이 문화재다. 곳곳이 불상이요 탑이기도 하지만 곳곳이 능이기도 하다. 저자는 삼국유사와 관련 지식을 공부하여 능에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를 전하며 자신의 근황이나 생각도 같이 드러낸다.

오릉을 소개하면서, “혁거세가 태어난 나정과 죽은 뒤 묻혔다는 이 오릉의 거리가 오백미터나 될까. 우리는 죽음을 멀고먼 어느 행성쯤으로 생각하지만 삶과 죽음 사이의 거리란 이렇듯 오백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생사가 한공간”임을 생각한다.

헌강왕릉에 와서는 왕이 남산 신의 춤을 따라 추었다는 기록에 연하여 동해에서 데려왔다는 처용을 생각하기도 한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 너의 마음. 아마도 처용은 남편일지라도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너의 마음을 깨끗이 인정하고 체념의 춤을 추었는지 모르겠다. 집착에서 벗어났기에 처용의 춤은 아름답다”고 했다.

진평왕릉의 풍광도 기억에 남는데, 저자 역시 “왕릉 앞으로 보문들이 시원스레 펼쳐져 있다. 서쪽으론 선도산이 보이고 왼편으론 낭상과 남산이 보인다” 했고, 하늘이 진평왕에게 내렸다는 금빛 옥대를 상상하며, “62개의 옥장식이 달렸다는 진평왕의 옥대는 황룡사 장륙존상, 구층탑과 함께 신라의 세 가지 보물”임을 상기하기도 한다.

능의 주인이 확실치 않은 경우 관련 자료로 어떻게 추정하는지, 그렇게 해서 무덤의 주인이 바뀌기도 하는 사례 등 능에 대한 공부를 깊이 할 수 있는 시간이요, 지금까지 다녔던 능을 떠올리며 아직 만나지 못했던 능을 그려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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