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대구, 찬란한 예술의 기억

톰소여와허크 2016. 3. 24. 18:57

김우조, <뒷골목 풍경>, 1977.

 

임언미, 『대구, 예술의 찬란한 기억』, 한티재,

 

- 이 책은 사진가, 미술가, 음악가 등 대구 근대 예술을 대표할 만한 분들을 찾아서 그들의 삶과 예술을 조명해 보고, 이를 기록으로 남겨 두려는 시도가 결실한 것이다.

미술 분야를 짚다 보면, 판화가 김우조를 만날 수 있다. 유화물감이 비싸서 판화에 대한 끌림이 있었는데, 팔만대장경 판목을 만져 보고서 판화의 길을 가겠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판화, <뒷골목 풍경>(1977) 등은 대구역에서 내려서 걸어나올 때 지나쳐온 풍경을 담은 것이라고 하는데, 당시의 정취가 물씬 풍겨온다.

화가 신석필은 황해도가 고향이다. 통일이 되면 곧 가겠지 했던 고향은 아흔이 넘은 지금까지 가지 못하고 스스로 이방인이란 의식을 갖고 산다. 화법에 대한 질문에 “그림을 그릴 대상을 생각하고 나면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까 연구해. 자꾸 연구하다 보면 마음에 드는 형태를 찾아내게 되지”라는 말에서 예술가의 기본자세를 느끼게 된다.

화가 전선택의 고향도 북쪽, 평안도 정주다. 오산학교 출신이니 소월과 백석 그리고 이중섭의 후배다. 작품 활동의 세 가지 즐거움을 언급하며,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애써 연구를 거듭하다 작품 제작에 필요한 좋은 착상이 머리에 떠오를 때가 첫째”라고 했으니, 대가(大家)들의 생각이란 이처럼 비슷하다. 화가의 인생 이야기가 담겼다는 『파랑새는 날아온다』(한티재)는 책도 읽어봐야겠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