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로 바위 치기 / 이동훈
계란 후라이가 아니라 달걀 프라이가 맞다고
국어 선생은 이야기하겠지만
알은 각을 세우지 않고 안팎으로 쏠림도 없으니
계란이나 달걀이나
지지거나 부치거나 중심을 놓는 법이 없다.
그 알의 후손인 무명씨들은
인간으로 기울 땐 자연 편에 서고
가진 자에게 기울 땐 소외된 자의 곁이 되고
세상이 한쪽으로 기울 때면
으레 반대편에 서서 균형을 잡더니
막무가내로 버티는 바윗돌에 알끈해졌다.
으름장 놓고 포탄만 피하겠다는
겉가루 하나 없이 요지부동인 저 바위에
날아가 산산이 부서지는 꿈을 꾼다.
생으로, 여린 살로 부딪쳐
한 판 깨끗하게 깨진, 그 피거품 자리에
바닥으로 미끄러지지 않을 씨앗 하나
끝끝내 뿌리내려 바위의 중심부터 무너뜨릴
불씨로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달걀 프라이가 아니라 달걀부침이 맞다고
국어 선생은 새로 부언하겠지만
알은 알일 뿐 프라이도 플라이도 아닌 것이다.
노릇하게 부치는 거야 운명이라 하지만
공도 아닌데 날아가는 건
달걀에게 치명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저 바위는
삐악대는 소리를 점점 부르고 있다.
- 『엉덩이에 대한 명상』(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