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이천 년의 꽃

톰소여와허크 2017. 1. 4. 12:04



경주 오류리 등나무(2015)


김규원, 『이천 년의 꽃』, 한티재, 2015.


   삼국유사, 삼국사기 등에 언급된 식물 기록을 발췌하고, 식물의 쓰임새와, 유물에 남은 흔적, 관련 설화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삼국유사, 제5권 감통 제7편에 실렸다는 다음 이야기는 소나무를 언급하면서 나온 이야기인데 흥미로워 전문을 옮겨 본다.


-신라 신문왕 원년(681년)에 경흥 법사를 국로(國老)로 삼았다. 어느 날 경흥이 좋은 말에 화려한 안장을 얹고 좋은 갓을 쓰고 가죽신을 신고 가고 있었다. 가는 길에는 “물렀거라”하는 소리도 들렸다. 이때 행색이 초라한 거사가 지팡이를 짚고 광주리를 지고 하마대 위에서 쉬고 있었다. 광주리에는 말린 물고기가 있었다. 경흥을 따르는 사람이 그에게 “승려로서 어찌 더러운 것을 가지고 다니는가?”하고 꾸짖자, 거사는 “양쪽 다리 사이에 산고기를 끼고도 있는데 그게 무슨 문제입니까?”하고는 일어나 가버렸다.

경흥이 거사가 예사롭지 않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사람을 시켜 그를 찾게 하였다. 심부름 갔던 사람이 돌아와서 거사는 남산 문수사 밖에 광주리를 버렸는데 광주리 안에는 소나무 껍질이 있었으며, 지팡이는 문수보살상 앞에 세워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흥 법사는 탄식을 하며 “그것은 큰 성인이 내게 말을 타고 다니지 말라고 경고하신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후 경흥 법사는 말을 타지 않았다-


  자기의 허물을 먼저 보라는 말씀으로도 들린다. 비싼 차로 자기 신분을 과시하는 사람이 들어도 좋을 법한 이야기다. 또 양쪽 다리 사이에 있는 산고기가 신체의 일부로도 보여 재미가 난다.(원문에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확인할 일이다)

   삼국시대 덩굴식물로는 등나무, 칡, 인동덩굴이 언급되어 있다. 등꽃을 말려서 이불과 베개에 넣는 풍속이 있다고 한다. 경주 오류리의 등나무 네 그루는 두 그루씩 팽나무를 감고 올라가고 있는데, 한 화랑을 사모하던 두 자매의 전설이 있단다. 혜통 스님이 검은콩 흰콩으로 갑옷 군사를 만들어 당나라 공주에 붙은 마귀를 쫓아낸 이야기도 삼국유사 이야기임을 메모해 둔다.

   큰 바람이 불고 큰 나무가 뽑히고 전쟁이 일어나거나 사람이 다치는 일이 빈번하게 생겼음을 삼국사기 기록이 전하기도 하는 것은 조상들이 갖고 있는 자연에 대한 영험이나 생명의식의 표출이라고 봐도 될 것이다. 나무와 풀꽃이 우리 문화, 우리 삶과 무관하지 않음을 생각한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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