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와 그카노 니가?
- 민달팽이 하시는 말 / 이종문
니가 하마터면 남 밟을 뻔하고서는 엄마아∼ 비명 치며 아예 뒤로 넘어가데
죽어도 내가 죽는데 니가 와 그 카노 니가?
- 『아버지가 서 계시네』, 황금알, 2016.
* 시인은 이전 시집에서 “다 큰 기 와이카노, 미쳤나, 카실끼다 / 그래도 확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 된다”(‘효자가 될라 카머’에서,『정말 꿈틀, 하지 뭐니』)며 엄마 젖 만지고 효자 되는 법을 친절하게 안내해 준 바 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사투리 어감이 감칠맛 난다. 효자 이야기는 김선굉 시인의 말을 빌려오더니 이번엔 민달팽이의 말을 용케 전해 듣고 경상도 말로 번역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효자 엄마의 비명과 민달팽이의 비명은 꽤나 다를 것이다. 엄마는 민망해도 흐뭇할 법도 한데, 민달팽이는 밥숟가락 놓아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이 아닌가. 그런데 이게 또, 웬 말인가. 정작, 비명을 내야 할 민달팽이는 가만있고 민달팽이보다 무려 수백 배 덩치를 키운 “니”가 더 비명을 내다니! 유머러스한 이런 착상도, 달팽이의 생명을 인간의 그것과 다르게 보지 않는 평등의 마음이 내재되어 있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실제, 남을 괴롭히고 피해를 입힌 것에 대해선 무감하면서도, 자신의 조그만 손해에는 억울해하거나 민감해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니가 아니라 바로 내가 그런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러니 “니가 와 그 카노 니가?”도 좋지만, ‘내가 와 그 카노 내가!’스스로 물어보는 시간도 소중해 보인다. (이동훈)
효자가 될라 카머
-김선굉 시인의 말 / 이종문
아우야, 니가 만약 효자가 될라 카머
너거무이 볼 때마다 다짜고짜 안아뿌라
그라고 젖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 된다
너거무이 기겁하며 화를 벌컥 내실끼다
다 큰 기 와이카노, 미쳤나, 카실끼다
그래도 확 만져뿌라, 그라머 효자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