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시)

옆으로 보기 / 오수일

톰소여와허크 2017. 4. 5. 07:53



옆으로 보기 / 오수일


옆으로 보는 것이 아름다워
말없이
늘 옆으로 선다


바람결에 날리는 시선도 멀리
마주치지 않아
좋은 가슴


그래서 사랑도 남 몰래
풀밭에 누워
옆으로 떨어지는 낙엽이 좋다


흘러가는 사람아 옆에서 보니
파란 하늘에 그대
묻어둔 마음 아직 마르지 않았네


- 『서리가 내릴 무렵』,문예미학사,2004.


  * 단도직입하여 정면으로 마주하는 자세가 남 보기에 시원시원한 느낌이 있고, 일 처리든 연애든 간에 진도를 냉큼 빼는 데 도움이 되는 줄 안다. 기질적인 문제지만 이런 자세가 쉬운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옆에 신경 쓰는 일 없이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경우를 더 많이 보게 된다. 
  시인의 경우는 그 중간 어디쯤의 기질을 갖고 있는 듯하다. 전면에 서서 일을 주도하거나 상대를 마주보는 것을 불편해 하는 면이 있다 하더라도 어떤 수작도 없이 심심하니 뒤에 있는 건 더욱 아니다. 앞도 뒤도 아닌 시인의 모토는 “옆에서 보기”다. 옆은 주목을 덜 받으니 편한 자리고, 열심히 봐도 티가 덜 나니 상대를 그윽이 지켜볼 수 있는 자리다. 상대 역시 관심 속에 있되 구속되지 않는 여유를 가질 법하다. 
  부부 사이도 나란히 옆에 누워 있을 때가 제일 편한 자리다. “풀밭에 누워 / 옆으로 떨어지는 낙엽”에 아름다움을 느끼듯, 무거운 팔다리에 피곤한 숨소리에 마르지 않는 물기를 느낄 법하다. 
정면으로 서서 불화하는 사람이 있다면, 시인의 “옆으로 보기”편을 열독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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