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산문> 헌책방 기담 수집가

톰소여와허크 2023. 2. 1. 10:48

윤성근, 헌책방 기담 수집가, 프시케의숲, 2021.

 

 

-윤성근 작가는 서울 은평구에 있다는 서점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주인이다. 절판된 책을 찾는 헌책방 손님들에게 그 책을 찾아주는 일은 책방 주인의 남다른 능력치다. 손님으로부터 절판된 책을 찾는 이유를 듣게 되고 그 사연에 흥미를 가진 주인은 절판 책을 구해주기 전에 사연을 먼저 묻기 시작한다. 그렇게 해서 사연이 쌓이게 되고 이번 책으로 묶게 되었다는 것이다.

책의 내용이 실화일까 소설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절판 책을 찾는 기이한 사연들이 연속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 책은 소설에 가깝다. 하지만 작가는 이런 생각을 예상했는지 자신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소설이 아니라고 했다. 아예, 서문 앞엔 함정을 파듯이 마크 트웨인의 말을 인용해두기까지 했다, “진실은 소설보다 더 기묘하다. 왜냐하면 소설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이를 그려야 하지만, 진실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라는 구절이다. 기묘하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진실이 의심받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나는 이조차 소설적 장치로 읽지만 이것이 작가의 흠이 될 순 없다. 오히려 책을 구하는 책방 주인으로서의 능력치와 함께 책과 사연을 소개하는 작가의 능력치에 감탄하는 마음이 생긴다.

소개된 절판 책 이야기 중에 헤밍웨이의 에덴동산(김은국 역, 1986)이 있다. 이 장에서 책방 손님은 자기의 운을 시험하기 위한 책 도둑이다. 삶 자체가 불운의 연속이었던 손님은 에덴동산을 훔치려다가 덜미가 잡힘으로써 자신의 불운을 다시 증명해 보인다. 손님은 오래전 에덴동산을 맘에 드는 여자 친구에게 선물로 내밀었다가 거절당한 사연이 있다. 하지만 소설 속 연인은 운 좋게 사랑이 결실한다. 소설 내용을 기억하는 책방 주인은 운을 통과하려는 모험이 없었다면 사랑이 결실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하고 손님도 이에 수긍한다는 얘기다.

또 한 권의 절판 책인 잭 런던의 모험 소설(조애리 역, 1992) 관련 이야기도 흥미롭다. 손님의 사연은 아버지 친필 메모가 담긴 이 책을 찾고 싶다는 것이다. 욕심 많은 형의 수중에 있던 책은 형의 손을 떠나 고물상 사장, 사장의 손자, 학교 도서관으로 옮겨 간 후에 결국 동생에게 돌아온다. 손님의 의뢰를 해결하고 홀가분해진 책방 주인은 이로써 모험은 끝났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이보다 더 흥미진진한 또 다른 모험이 다시 있을까? 모를 일이다. 세상에 책이 있고 그 책을 찾는 삶이 있다면 모험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모험 소설안의 야성의 부름은 세 번이나 영화로 제작될 만큼 인기를 누렸으며, 근래 <콜 오브 와일드>로 개봉된 바 있다.

책 찾는 일뿐만 아니라 책이 곧 모험이란 걸 받아들인다면, 작가가 소개하는 많은 책들은 그 한 권 한 권이 모험의 연속이란 생각도 든다. 이상한 나라의 걸리버든 앨리스든 헌책방이든 낯선 세계로 안내하여 이전과 다른 를 만들어 버리기도 하는 책의 마법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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