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나무옆의자, 2021.
- 노숙자(老宿者)는 길거리에서 잠을 자는 사람이란 뜻이지만 집이 없어서 생긴 문제임을 더 뚜렷이 보여주는 홈리스(homeless)란 말을 쓰는 횟수가 늘고 있다. 일자리가 주어지지 않고 암만 애를 써도 집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 그런 수고로부터 자기를 놓아주는 노숙자의 길이 있을 것이고, 가족관계나 인간관계에서 오는 대립이나 갈등을 이기지 못하고 자포자기식으로 노숙자의 길로 들어선 경우도 있어 보인다. 스스로 집을 뛰쳐나간 자발적인 파산자가 있다손 치더라도 이 또한 사회현실이나 집 안팎의 무거운 공기를 감당하지 못한 이유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수많은 노숙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사가 다 다를 것이고, 이들을 보는 시선도 그만큼 다르다. 늦은 밤, 역사 한 쪽에 박스를 깔고 담요나 신문지를 덮고 동면하듯이 있는 일군의 노숙자들을 대할 때 그들의 정갈하지 못한 입성을 딱하게도 보고, 더러 한심해하기도 하고, 더러 두려워 피해가는 경우도 본다. 그러면서 자신도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대개 노숙인과 자신은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인 양 생각하지만 그들도 얼마 전까지는 평범한 이웃이고, 평범한 자신이 모습이기도 했을 것이다.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이 2022년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 되는 비결엔 노숙자를 불편하게 보는 시선을 지우고 일상의 동료로 맞아준 데 있다는 생각도 든다.
소설 속 노숙자를 편의점에 고용한 염 여사는 교직에서 물러난 할머니다. 노숙자를 편견 없이 대하며 일할 기회를 제공한다. 노숙자가 술까지 끊어가면서 그 기회를 잡은 것은 염 여사의 마음을 샀기 때문이다. 이후 편의점에서 만난 직원이나 주민들은 『원미동 사람들』의 개개인이 그러했던 것처럼 팍팍한 생활을 살아내느라고 크고 작은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편의점 직원이 된 노숙자는 그들의 사연에 귀를 내주고 진심으로 위로를 건네는 중에 자신이 애써 지우려했던 트라우마와 직면하게 된다. 『불편한 편의점』2가 출간되었다고 하는데 노숙자 이후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다리는 건너는 곳이지 뛰어내리는 곳이 아님을” 깨달은 노숙자가 ‘건너라고 있는 다리’를 ‘건너는 것’으로써 소설은 완결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많이 팔린 소설은 왠지 덜 읽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지만 참참참이 뭔지 모르는 사람에게 『불편한 편의점』은 뭉클한 마음과 옥수수수염차를 내줄 것도 같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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