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글(책)

<에세이> 좋은 삶을 위한 인문학 50계단

톰소여와허크 2024. 4. 26. 23:13

권오현 등, 좋은 삶을 위한 인문학 50계단, 한티재, 2015.

 

- 좋은 삶을 위한 인문학 50계단5인의 인문학자가 각 10권씩 권하는 고전 50선에 대한 소개 글이다. <경산신문>에 연재되어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것을 책으로 엮게 된 것이다.

문학, 역사, 동양철학, 서양철학, 예술을 망라하는 50권 전체를 읽을 수만 있다면 인문 교양과 함께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개인의 생각도 한층 깊어지고 새로워질 것 같은데 한 권 읽는 데도 큰 결심을 해야 하는 입장에선 마음먹기가 쉽지 않은 과제다. 이때 50권의 엑기스 혹은 안내서 역할을 십분 하고 있는 이 한 권을 우선 읽는 것도 괜찮은 선택지로 생각한다.

 

문학 쪽의 권오현 쌤은 임꺽정(홍명희), 레 미제라블(빅토르 위고) 등을 권한다. 소설 레 미제라블의 배경은 프랑스 혁명(1789)7월 혁명(1830)의 분위기 속 어느 날의 봉기가 실패에 직면했을 때다. 시민의 외면이 혁명 실패의 원인이라 하더라도 시민을 탓해서는 안 된다는 게 빅토르 위고의 생각이었나 보다. 권오현 쌤은 빅토르 위고를 이렇게 이해해서 말한다, “진보란 인간의 양식이기에 절망하는 자는 옳지 못하며, 진보는 반드시 눈을 뜬다고 자신한다. 실패한 혁명은 토대가 된다는 것이다. 작가는 영웅적인 패배는 민중의 감동을 일으킬 가치가 있다고 역설한다.

 

역사 쪽의 송호상 쌤은 의산문답(홍대용), 그 나라의 역사의 말(백승종) 등을 권한다. 그 나라의 역사의 말저자는 이찬갑을 추적한다. 이찬갑이 남긴 7권의 일기와 신문스크랩북, 논문 등을 두루 참고하되, “이찬갑 개인의 일기에 대한 해제에 그치지 않는다. 주어진 자료를 통해 그 시대의 상황과 관련 사실들을 풍부하게 잘 정리해 놓았다고 했다. 이찬갑은 평북 정주 사람으로 무교회운동에 참여하기도 했던 당대 지식인으로 뒷날 풀무학원 설립자로 더 알려지게 되는 인물인데, 그를 두고 모든 권력에서 소외된 대단히 예외적인 지식인이었다고 평하는 걸 들으니 궁금증이 더 생긴다.

 

동양철학 쪽의 최병덕 쌤은 공자, 맹자뿐만 아니라 한비자, 장자등도 권한다. 서양철학 쪽의 이재성 쌤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데카르트의 책과 함께 리바이어던(홉스), 사회계약론(루소) 등을 권한다. 예술 쪽의 이강화 쌤은 오리엔탈리즘(E 사이드), 서양미술사(곰브리치),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벤야민) 등을 권한다. 오리엔탈리즘과 그 이후의 저서를 통해 이강화 쌤이 본 사이드는 서구의 미디어와 대중매체가 폭력의 재현을 통해 어떻게 동양적 타자를 지배하려고 했는가를 보여주려고 끊임없이 노력한 인물이다. 문화와 제국주의에서 사이드는 인간해방과 지구적 공동체를 위해 국수적 민족주의와 근본주의적 분리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단다. 지구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을 보게 되면, 알면서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 바로 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인문학 50계단 앞에 쪼그려 앉아 계단을 오르는 시늉만 했지만 기분은 좀 더 상승한 것도 같다. 이런 기분을 맛보라고 책을 기획했던 <경산신문>이 매년 독서감상문 대회를 여는가 보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