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6

물 폭탄

(2010. 추석 다음날) 물 폭탄 / 이동훈 작달비 피해 기어든 간이식당 알전구 아래, 각목 닮은 손목끼리 푸르스름하다. 겉절이에 싼 삶은 달걀을 한입에 욱여넣고 얹힌 것을 병나발로 내리는 사람들 보글보글 물방울 같던 호시절에서 서로 물 먹이겠다고 난장인 세월까지 출렁출렁 지나올 것 같으면 어느새 물구덩이에 곤두박인 신세거나 물 밖에 난 고기 신세거나 다들 거기서 거기다. 일감 없어 끌탕하던 어제를 잊으면 기약 없는 내일이 불안하여 쉽게 붉어지는 사람들 검은 물 뚝뚝 듣는 팔로 멱살 잡거나 멱통 잡히어도 제풀에 맹물 되어 스러지고 취기를 못 이긴 사내들은 잘도 꾸벅인다. 덩달아 비바람 수굿해지는 끄느름한 밤 깡통에 받은 빗물만 가득한데 누군가 흙신발로 냅다 차고 또 차니 펑-펑-펑-, 귓구멍 눈구멍 하..

자작시 2010.09.23

라일락 카센터

낭송-김정수님.asf 라일락 카센터/ 이동훈 십 년 묵은 중고차 기름밥 먹고도 헉헉거려 라일락 나무가 있는 동네 카센터로 갔다. 새 차 살까요, 집은 나중에 사고. 아내는 어려운 걸 쉽게 말한다. 그래서 좋다. 볼일 보고 돌아온 길 그새 라일락 향이 얼마나 들었던지 차 엉덩짝에서도 들썩들썩 늙은 수리공의 몸놀림에서도 폴폴 터진다. 엔간히 되었는지 뚜껑 닫는 소리가 쨍한데 뜬금없이 엔진 소리가 코 고는 소리 같잖냐고 물어오는데 왜 지난밤 곯아떨어진 아내 생각이 났을까. 주저대는 게 딱했는지 이만하면 굴러가는 걱정 놓아도 된다며 빙긋 웃는 수리공 뒤로 바람 따라 빗질하는 라일락이 뭐가 우스운지 허리를 꺾는 통에 아껴둔 봄날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낭송-김정수님.asf 1.37MB

자작시 2010.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