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46

청도(淸道) 기행

2009. 3월 청도역 2014. 10월 청도역 청도(淸道) 기행 / 이동훈 청도, 한 음절씩 소리 낼 것 같으면 뱃속에 든 맑은 바람이 입술 열고 한데로 나간다. 팔조령 고갯길에 혼자 쉬어가던 날들의 바람소리는 터널로 내려와 울고, 그 바람 맞으며 선암서원 배롱나무는 붉어지고, 적천사 은행나무는 노래지고, 운문사 처진 소나무는 세월 모르고 푸르기만 하다. 아지랑이 필 땐 남산 구름에 눈 주고, 더운 날엔 낙대 폭포에서 물맞이하고, 갑작바람 이는 날엔 읍성에서 달맞이하고, 길 따라 창녕, 밀양, 언양까지 다녔다. 그 사이에 애인도 생기고 아들딸도 얻으니 청도는 언제든 바람내는 고장이다. 제철에 산나물 나고 철철이 복숭아 익고, 집집마다 감나무를 식구로 둔 청도. 민물 잡어처럼 드세고 날렵한, 바닥에 익숙..

자작시 2014.11.15

이인성과 이쾌대

이인성과 이쾌대 / 이동훈 대구 계산동 성당 맞은편의 사내 성당의 뾰족탑을 재던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고흐도 좋고 고갱도 좋지만 이인성은 이인성이어야 해. 광기로 그린 오베르 성당의 유혹을 떨치듯 성당의 벽과 지붕을 반듯반듯 그리고* 고갱의 강렬한 원색 대신 지역 흙 빛깔인 적색을 섞어 그렸지. 문제는 성당 앞, 감나무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나무줄기가 구불텅구불텅 휘어진 것은 고흐의 사이프러스 나무가 이인성의 감나무에 씐 것일까. 계산동 언덕을 내려와, 거울 앞에 선 사내 소매를 걷고 자화상을 그리는 중이야.** 다빈치도 좋고 푸생도 좋고 팔레트 든 고흐도 세잔도 마네도 다 좋아하지만 이쾌대는 이쾌대이어야 해. 불안하게 옆을 보는 고흐 자화상과 다르게 자의식의 그늘 짙은 이인성 자화상과 다..

자작시 2014.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