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로연과도
일로연과도(一路連科圖)* / 이동훈 일로연과(一鷺蓮果), 백로 한 마리와 연밥 그림이라. 한 번에 합격하라는 일로연과(一路連科)인 줄 알면 남의 운수를 빌어주는 마음이 기껍기도 하련만 정작, 그린 이는 폐가의 후손 되어 중동 꺾인 연 줄기처럼 후줄근하지 않았겠나. 온몸에 박힌 가시로 저릿저릿했을 생애 가시의 날을 세우지 않으려 부단히 애를 쓴 날들이 마침내 결실하듯 연밥의 표정이 된 날이 있었다. 그 아래 백로가 무연히 지나고 그 지나던 백로가 둘이 되기도 한 것은 훗날의 이야기다. 다음을 기약하라는 이로연과(二路連科)의 서운한 말씀일랑 무명화가의 실수로 웃어넘기고 백로의 조신한 걸음새로 그림 밖으로 나가다가 월커덕! 물풀에 다리 잡혀 곤두박질치는 생각이란 一路에, 잘난 맛에 혼자 웃지 말고 二路, 三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