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형복 5

<산문> 나는 태양 때문에 그를 죽였다

채형복, 『나는 태양 때문에 그를 죽였다』, 학이사, 2022. ㅡ법학자이면서 문학도이고 시인이기도 한 저자는 법과 문학을 넘나드는 글쓰기 끝에 두 권의 책을 출간했다. 『법정에 선 문학』을 통해 필화 사건을 겪은 한국 문학을 다루었고, 이번 『법으로 읽는 고전문학 : 나는 태양 때문에 그를 죽였다』에선 유럽의 고전 작품을 법의 관점에서 들여다보기를 꾀하고 있다. 여덟 편의 고전 중에 존 밀턴의 『실낙원』을 보자면, 법의 적용을 고민하기보다는 풍성한 문학 이야기의 꽃을 피워 놓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먼저 눈에 띄는 건 메리 셸리가 쓴 『프랑켄슈타인』과의 관계다. 『프랑켄슈타인』에 등장하는 괴물이 『실낙원』을 읽고 아담과 사탄의 감정에 이입하는 장면이 나온다고 했다. 궁금증이 생겨 『프랑켄슈타인』에서 관..

감상글(책) 2022.11.10

들쥐 / 채형복

들쥐 / 채형복 호미로 이랑 헤집어 고구마를 캐는데 놀란 들쥐 한 마리 후다닥 뛰쳐나온다 나락농사도 짓지 않는 산촌인데 볏짚은 어디서 구했을까 가늘고 보드라운 지푸라기 곱게 깔아 땅속에 작은 집을 앙증맞게도 지어두었다 도심의 고급 아파트 부럽지 않은 저만의 집을 지어 마음씨 고운 아내와 자식새끼 두엇 낳고 단란한 가정 꾸려 한겨울 날 요량이었나 잰걸음으로 도망치는 들쥐의 뒷모습을 한동안 지켜보았다 나 먹고 살자고 그의 소박한 꿈 깨트리고 집마저 부수고 짓밟아 버렸으니 이보다 더한 야만이 있을까 간밤에는 첫서리 내려 거실 유리창에 뾰족한 가시처럼 성에가 돋았다 세상천지 오갈 데 없는 들쥐는 밤새 오들오들 떨면서 한뎃잠 자지나 않았는지 아침으로 뜨끈하게 삶은 고구마 한입 베어 먹는데 생목이 막혀 자주 찬물을..

감상글(시) 2021.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