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 고영
귀가 깨진 석불이, 천년을
한자리에 서서 들녘을 바라보던 석불이, 자신을 한낱
돌덩이라 여기던 석불이, 어느 날 문득
연못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 그만,
딸꾹질을 하고 말았답니다.
귀 없는 사람 하나가
연못 속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천년을 하루같이
온몸이 귀가 되어
들녘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었더랍니다.
자신이 본,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더랍니다.
- 『딸꾹질의 사이학』, (주)실천문학, 2015
- 부석사나 부석사 가는 길에 귀가 깨진 석불이 있나 살피다가 그만둔다. 석불이든 돌덩이든 다른 무엇이든 세상 구석구석 어디든 유연무연(有緣無緣)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세상 모든 존재는 귀 떨어져나간 석불처럼 상처 입고 그 상처를 견디며 산다. 있는 것을 없는 것처럼, 인 것을 아닌 것처럼 해서 약점을 가리고 상처를 위장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무거운 돌 하나 껴안고 사는 것과 진배없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수용하는 일이 사랑의 시작이라면 “온몸이 귀가 되어” 남의 상처(“울음소리”)까지 열심히 듣는 자세가 사랑의 완성이라 해도 좋지 않을까. 불성이란 것도, 자비란 것도 상처를 읽어주는 마음이라 하지 않나.
스스로 돕고, 남도 위하는 세상의 부석사(浮石寺)! 앉은 자리의 돌 하나가 하늘을 나는 우주 사원(寺院)이 꿈만은 아닐 것이다. (이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