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탁환, 『아비 그리울 때 보라』, 문학동네, 2015.
저자는 약력에 소설가와 함께 이야기 수집가라고 밝힌다. 이야기가 곧 소설의 모티브가 되고, 이야기가 될 만한 것을 찾아서 답사를 떠나기도 하는데, 그 출발점은 어느 날 읽었던 책 한 권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책은 자신이 지나온 그런 책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야구장에서 타자의 방망이에 맞아 날아가는 공을 보며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은 내용을 소개하며, 자신도 해안도로 출근 버스에서 수면 위로 날아오르는 날치 떼를 보고 소설을 쓰기로 작정했다는 내용을 붙인다. 아울러 이상의 『날개』까지 소개하면서 소설 쓰기가 어쩌면, "중력을 거스르고 싶은 뜨거운 갈망"일 수도 있음을 말한다. 글 읽기와 글쓰기가 곧 날개이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상이 '박제가 되어버린 천재'에서 박제를 떼어내고 기림을 받는 것도 결국, 그의 글이 있어서다.
이상보다 한 세기 훌쩍 앞서 폐를 앓았던, 김려 역시 함경도 부령으로 귀양을 떠나는 고단한 행로에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에서 어린 왕자가 자신의 작은 별에서 의자를 몇 발자국 뒤로 물리면서 어둠을 유예하는 이야기를 적었다. 저자는 억울한 희생자의 이름을 불러 주면서 그들이 망각으로 사라지지 않도록 의자를 끝없이 뒤로 옮겨가면서도 철저하게 기록해야 할 것을 생각한다. (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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